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조합원
올해 1월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그 기본 방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에 선제 대응해 금년부터 2022년까지를 3주기로 나누고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절대평가하며 평가 등급에 따라 학생 정원을 차등 감축하여 총 16만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양적 규모 축소에만 초점을 맞춘 이 ‘구조개혁’ 방안에서 한국 대학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잘라내고 줄이기식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만이 대학을 뒤덮고 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대학강사를 비롯한 비정규 교수들이 신음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한국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평가를 앞두고 평가지표 중 가중치를 두는 요소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 당장 평가점수를 높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데만 몰두해 있다. 정작 좋은 교육을 위한 방안과 계획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교육역량을 끌어올리고 우수한 인재들을 키워내며 미래에 대처할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한 실정이다.
바로 이런 알맹이 빠진 고등교육 정책의 중심에 비정규 교수 문제가 있다. 비정규 교수는 대학교육의 절반을 맡고 있지만, 교권이 없으며 부당한 처우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서 고용불안으로 고통받는다. 교육부와 대학은 교육자요 연구자인 이들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하고 마음대로 갈아치우고 해고해도 되는 계층으로 취급할 따름이다.
교육부가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침 마르게 외치는 이번 구조개혁안에서도 고등교육에 몸담고 있는 비정규 교수의 열악한 교육 여건을 해결하거나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교육당국이 대학이 비정규 교수에 대해 신경 쓸 지표 하나 개발하는 데도 인색하니 비정규 교수의 교육노동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대학강사의 신분 안정과 생계 보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강사법’ 개정을 새로 해야 한다며 2013년 12월 법 시행을 2년 유예해놓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마저도 대책 강구에 손을 놓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비정규 교수 문제를 익히 알고 있을 황우여 현 교육부 장관도 도통 아무 말이 없다. 아니 그저 외면과 방기로 일관한다. 주무부처 수장이 그러하니 대학들도 비정규 교수에게 학사관리 의무만 부과할 줄 알지 교권 보장에는 강 건너 불 보듯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대학정책 입안자와 국회, 대학이 대학 교육자의 절반이 겪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교육현장에서는 인건비는 줄이면서 평가를 좋게 받으려 꼼수를 써가며 정규직 전임교원 대신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채용하기 일쑤인데 어떻게 고등교육이 나아질까. 교육부가 읊어대는 ‘좋은 대학, 질 높은 교육’은 대학의 그늘, 곧 비정규 교수 문제를 둘러싼 비정상을 걷어내지 않고는 헛구호일 뿐이다. 비정규 교수 문제는 지금까지처럼 비용 경감과 교육자본의 이해득실에 따라 밀고 당기는 식의 논쟁 대상으로 바라보아서는 결단코 해결할 수 없다.
오늘날까지 역대 정권과 교육부는 대학, 그중에서도 자기 돈은 별로 들이지 않고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면서도 주인 행세나 하는 사학재단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바빴다. 그런 정책 어디에도 비정규 교수가 교육자로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안고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안정된 여건을 마련하는 개혁 내용은 없었다. 그 결과 교육부의 대학개혁 외침은 번번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또다시 대학 구조개혁을 한다며 대학으로 하여금 평가지표에 맞춰 점수 올리기에나 매달리게 하고 정작 중요한 교육의 내실과 대학의 ‘교원 아닌 교원인’ 대학강사를 비롯한 비정규 교수들의 처지는 도외시하면서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뿐이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