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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뇌물과 선물

등록 2014-12-10 18:53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들을 잔뜩 싸가지고 친구 K가 왔다. “이거, 뇌물!” 선물을 받아들고 싱글벙글거리는 내게 그녀가 던진 말은 뇌물! 커피향 퍼지는 오후 우리는 함께 햇살바라기를 했다. 최근 좀 힘든 일을 겪은 K는 그 터널을 통과해내자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했고, 나는 여행을 권했다. 이제 좀 쉬어도 돼. 주저하는 K를 선동한 대가로 나는 K의 동거묘 보리를 맡아주기로 했다. K가 느닷없이 ‘뇌물!’을 소리친 이유가 그 때문. 뇌물은 무슨, 보리와 이십일이나 함께 지낼 수 있는 건 내겐 선물이지. 새끼 길고양이가 K에게 올 때부터 봐왔고 이름도 내가 지어줬으니 보리와는 남이 아니다. 고양이에게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이름 같지 않아? 무슨, 식물 보리도 이쁘고 ‘보리심’할 때 보리도 이쁘잖아. 내 거처의 식물들 사이를 보리가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 최초로 떠나는 장기 여행지로 라틴아메리카를 낙점한 K에게 나는 여행작가 김남희의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를 선물했다. 춤추듯 다녀와. 이건 내 뇌물이야. 선물 사오라는 뇌물? 우리는 햇살바라기를 하며 또 웃었다. 대가를 바라는 것은 뇌물이고 대가 없이 그저 줘서 기쁜 것은 선물이다. 그런데 K야, 너의 뇌물은 내게 오면 다 선물이 되니 이것도 참 능력이야. K에게 내가 미리 해준 신년 덕담이다. 뇌물이 아닌 선물을 주고받으며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돌봐야 하는 것이 ‘마음’이다. 손바닥을 활짝 펴 무상으로 내리는 햇살 선물을 고맙게 받는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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