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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전통과 우리말 / 강재형

등록 2014-12-14 18:48

“무용 평론가가 된 뒤 집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무용에 미치니 을지로 가구상점 거리를 지날 때 ‘무용’ 간판만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사무용 가구’였다”, “경상도 사람은 춤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침을 뱉고도 ‘춤’을 뱉었다 한다”, “전통은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묵힌 것”,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무용담’(武勇談)이 아니라 우리 춤으로 혀 놀리는 ‘무용담’(舞踊談)이다”. ‘펀(Pun, 언어유희)의 진수’라 해도 될 표현이다. 자신을 ‘사무’에 빠진 사람이라 일컫는 진옥섭의 ‘무용담’에 나오는 대목이다.

‘사무’(四-)는 무술(武), 무용(舞), 무당(巫), 없음(無)이란다. 이소룡 영화를 보고 무술에, ‘명무전’ 공연을 보고 무용에, 고수를 찾아 헤매다 무당(춤)에 눈을 떴고, 급기야 ‘무(無)의 경지’를 만나게 되었다는 얘기다. 두 시간 남짓 펼쳐낸 ‘강연 같은 공연, 공연 같은 강연’은 ‘사무’만 얘깃거리로 삼지 않았다. ‘벼슬은 양반의 것, 구실은 하급자의 것’ 따위의 우리말 표현을 톺아보게 했다. ‘벼슬은 구실보다 높은 직’이고 ‘구실은 관아의 임무’다. ‘벼슬아치’는 ‘관청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보는 사람’, ‘구실아치’는 ‘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던 사람’(<표준국어대사전>)이며, 서리(胥吏) 같은 하급 행정직이나 사역직은 ‘구실’이라고 하여 ‘벼슬’과 구별한 것이다.(<브리태니커>)

표 값 단돈 5000원 내고 한판 놀다 나오니 시디(CD)도 거저 준다. ‘춤을 부르는 소리꾼’ 유금선 선생의 생전 실황 음반이다. 여든답지 않은 소리의 기개에 움찔한다. ‘소리꾼만 있고 귀명창이 없는 세상이 한탄스럽다’는 말은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우리말 상실의 사회’에 뒷짐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말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엔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말이 살아야 겨레 전통예술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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