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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성형사고와 의료산업 / 김양중

등록 2014-12-23 18:49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성형외과 병·의원한테는 무척 반갑지 않은 소식이겠다. 수술하기 좋은 겨울인데다 대학생들의 방학도 시작됐는데 성형수술 사망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끝나서 ‘잠재 고객’이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다. 이번에도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광대뼈를 깎아 얼굴 크기를 줄이고 턱선을 바꾸는 수술을 받은 직후 숨졌다. 사고가 난 성형외과 병원은 정부로부터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즉 명성이 없는 곳도 아니다. 병원들이 성형수술을 얼마나 안전하게 잘하느냐에 대한 믿을 만한 평가 결과가 없으니 그곳 성형외과의 실력을 알 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른바 소문난 병원에서도 성형수술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성형수술 도중 혹은 수술 뒤 사망 사고는 이제 ‘뉴스’가 아닐 정도로 자주 듣는 소식이다. ‘외모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말하거나 ‘성형수술 부추기는 사회’라는 어구도 이제는 구시대의 유행어처럼 들린다. ‘예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자신의 얼굴에 수술칼을 대어야 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성형수술을 하는 의사들을 돌아보자. 이런 사고가 날 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비성형외과 전문의들을 탓하기도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들 얘기로는 서울 강남구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 병·의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절반가량이 비성형외과 전문의들이라는 것이다. 비록 손기술이 좋아 성형수술을 잘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정작 수술 사고가 났을 때에는 잘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해도 사고가 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힘들다. 오히려 성형외과 전문의와 그렇지 않은 전문의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이달 초 끝난 성형외과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77명을 모집했는데, 110명이 지원해 26개 전문진료 과목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배 성형외과 의사들은 다른 과 전문의가 성형수술 시장에 침투해 오는 등 과다한 경쟁으로 병원 경영이 힘들다고 하는데도 후배 의사들은 성형외과에 몰리고 있다. 대신 필수 진료과로 부르는 내과·외과나, 폐암이나 방광암 등 목숨을 위협하는 암 수술 등을 해야 하는 흉부외과나 비뇨기과는 미달됐다.

이 현상을 두고 수입이 많으면서 개업이 쉬운 진료과를 찾는 의사들을 탓해야 할까? 물론 가난한 환자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진료하는 게 옳다는 윤리적 당위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그런 비판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성자’와 같은 의사들도 실제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히 4년의 다른 전공과목을 마치고 한 학기 1000만원가량의 등록금을 낸 의학전문대학원생이라면 더더욱 수입이 많고 개업이 쉬운 진료과를 전공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연예계 소식을 보면 과거와 다른 풍속도가 있다. 과거에는 성형수술 의혹 기사는 연예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제는 상당수 연예인들이 텔레비전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이 받은 성형수술을 공개한다. 성형수술을 받으면 누구나 아름다워질 수 있다며 미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성형수술의 활성화에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의료산업을 돈벌이로 여기는 정부 정책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의심된다. 필수 진료 과목이나 공공의료가 무너지든 말든 간에 의료를 통해서 돈을 벌어야겠고 그래서 의료관광 우수 기관도 선정해 주는 정부 정책에 따라, 환자가 희생되는 것은 물론 의사도 제 몫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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