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북한과 쿠바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왕조적 통치를 하고 있으며 명목상 혁명적 공산주의 국가다. 또 수십년간 미국의 금수 조처로 고통을 받고 있다. 두 나라는 1960년대 상당한 사회·경제적 진보를 이뤘으나 세계경제와 고립되면서 점차 빈곤해졌다.
그러나 최근 두 나라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반면, 북한은 논쟁적인 영화를 둘러싼 갈등 속에 미국의 블랙리스트 국가로 남아 있다. 미국은 왜 인접해 있는 적국에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면서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적에게는 채찍을 휘두를까?
쿠바와의 긴장완화 작업은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2001년에 연방 무역법 개정 덕분에, 개별 주들은 쿠바에 농산품 수출을 시작했다. 조지아와 버지니아 같은 주는 2014년 중반까지 46억달러 상당의 닭고기·옥수수·콩을 수출했다. 지난해 가을에 두 나라는 우편 서비스 재개 협상을 시작했다.
두 나라의 화해는 두 가지 이유로 가속화했다. 라울 카스트로 체제하에서 쿠바는 자유화를 시작했다. 경제개혁은 농업부문 정비와 소기업 권장, 정부부문의 축소 등을 포함했다. 정치범도 석방했다. 시민들은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가기 위한 출국 비자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관련 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뒤 6개월간 약 25만명이 외국으로 나갔다.
동시에, 미국 내 여론은 쿠바와 관계정상화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9년에 미국인의 66%는 쿠바와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을 찬성했고, 5년 뒤에는 더 많은 미국인들이 금수 조처와 여행제한 조처 해제를 지지했다.
달리 말하면, 쿠바와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기로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쿠바의 주목할 만한 변화와 미국 내 여론의 상당한 전환에 반응한 것이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캐나다가 도움을 준데다, 러시아와 쿠바가 다시 가까워지려 한 움직임도 오바마 행정부가 지정학적 계산을 바꾸는 한 요인이 됐다.
이런 데탕트에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저항은 워싱턴 내에 있다. 의회는 경제 금수 조처의 최종 결정권자인데, 공화당은 새해부터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 마코 루비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지도부는 화해에 단호히 반대한다.
북한은 쿠바보다도 더 오랜 세월 관계정상화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 자유화도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 내에 북한과 기존 관계를 변화시키는 걸 찬성하는 강력한 유권자들도 없다. 사실 북한이 그걸 위해 추진해온 유일한 것은 핵 프로그램이다. 북한은 이것을 미국이 협상에 관심을 갖도록 미끼로 활용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미국인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조롱의 대상이다. 북한은 코미디언 및 영화 제작자들에게 안전한 목표물이 돼 왔다. 가장 최근 사례가 영화 <인터뷰>다. 이 영화는 북한 사람들만큼이나 미국인들을 조롱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최고 지도자 살해 장면을 담고 있는 이 ‘오락물’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만약에 쿠바 코미디 작품이 오바마 대통령의 암살을 묘사했다고 상상해보라. 두 나라 관계는 즉각 동결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소니픽처스 해킹과 극장 위협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연방수사국(FBI)이 제시한 증거는 빈약하다. 해커들은 어느 곳에서든 올 수 있다. 그들은 북한에 동조하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 소니에 대한 초기의 위협은 <인터뷰>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한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명백한 오류를 포함한 한국어 글귀로 끝을 맺는다.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면서 미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 사례를 따라 조만간 북한을 인정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금수 조처를 해제하지 않고, 북한과 협상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쿠바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특히 범죄 증거가 그렇게 빈약할 때, 북한에 채찍을 휘두르는 걸 중단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북한과 긴장 속 평화는 데탕트만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쟁보다는 낫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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