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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내외빈 / 강재형

등록 2015-01-04 18:45

다양한 송년회를 치르며 여기저기에서 사회자 노릇을 했다. 내 재주 부릴 곳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스물 몇 해 방송 월급쟁이로 살아온 덕분이다. 웬만한 행사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단상이나 앞자리에 앉은 이를 소개하는 일이다.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서 사회를 맡았을 때가 새삼스럽다. 식순에 ‘내빈’과 ‘외빈’, 그리고 마무리 즈음엔 ‘내외빈’ 소개가 있었다. ‘-빈’(賓, 손님)은 알겠는데 ‘내/외-’의 구별이 아리송했다. 선배에게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주최 측 고위층은 ‘내빈’이고 외부 인사는 ‘외빈’, ‘내외빈’은 둘을 한데 이르는 말이다.” 한마디로 ‘안팎의 차이’라는 중견 아나운서의 답은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은 ‘확언’으로 남았다. 이후 줄곧 그렇게 알고 살았다. 지난해 마지막날, 불현듯 잘못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전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내빈’은 ‘내빈’(來-, 오다)으로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고 온 사람. 초대 손님’이다. ‘내빈’(內-)은 여자 손님을 일컫는 ‘안손님’이다. 남자 손님을 이르는 ‘바깥손님’의 반대말인 것이다. ‘외빈’(外-)은 ‘외부나 외국에서 찾아온 손님’이지만 대개 ‘외국 손님’을 가리킬 때 쓴다. ‘우방 제국으로부터의 외빈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요인…’(ㄷ일보, 1948년 8월15일)처럼 오래전부터 써온 표현이다.

널리 쓰이는 사전 밖의 말 가운데 하나가 ‘내외빈’이다. ‘한국 독립을 위하여 노력한 내외빈을 위문하게 되었다’(ㄱ신문, 1948년 8월), ‘졸업식에 참석한 내외빈과 환담하고…’(ㅇ뉴스, 1998년 3월), ‘야구공원 기공식에 참석한 내·외빈’(ㅇ경제, 2014년 7월)처럼 ‘내외(內外)귀빈’과 한뜻으로 쓰는 표현이다. 국어원의 ‘온라인 가나다’는 ‘내외 귀빈’을 다루면서 ‘행사를 주최한 기관에 속해 있는 사람도 행사에 참석한 손님이라는 점을 고려해’ 설명했다. ‘내외빈’과 ‘내빈’(내부 손님)은 이제 표제어 대접을 해줄 때가 되었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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