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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시- ① / 강재형

등록 2015-01-11 18:51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씨, 맛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이렇게 주문하면 커피가 반값이 된다. 무표정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 하면 제값 다 치러야 하고, 무뚝뚝하게 “아메리카노”라고 짧게 말하면 벌금처럼 값이 더해져 정가의 1.5배를 내야 한다. 어떻게 주문하느냐에 따라 커피 값이 할인되고 할증되는 셈이다. 한 커피 체인점이 점원을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벤트다. ‘커피 한 잔’(7유로), ‘커피 한 잔 부탁해요’(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부탁해요’(1.4유로)를 가격표에 써놓은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과 바리스타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따뜻한 말 한마디’ 행사의 반응이 꽤 좋다는 게 회사 쪽 분석이다. 체인점의 한 매장을 찾아 점원에게 물어보니 “모두 반값에 드렸다” 한다. 무뚝뚝하게 주문한 손님에겐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을 담아 그랬을 것이다. 행사 취지가 잘 이뤄지면 이른바 ‘진상고객’은 줄어들고 가게 분위기는 밝아질 것이다. 그래서 좋다, 끝? 아니다, 접어 두었던 아쉬움이 더 커졌다.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이전부터 겪어왔던 불편했던 기억이 스멀대며 떠올랐기 때문이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거스름돈이세요’ 따위의 사물을 높이는 얼치기 화법 탓이다.

김선우 시인은 “남발되는 높임 선어말어미 ‘-시-’의 문제는 비문이어서만이 아니다. 말 속에 교묘히 들어 있는 ‘비굴함’의 강제 때문이기에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일리 있는 말이다. 손님을 불쾌하게 하는 점원의 어긋난 존대법은 넓게 퍼져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진상손님’은 어쩌다 나오는 개별적인 문제다. 이른바 ‘갑질손님’의 피해자는 동정과 공감을 얻지만 말 같지 않은 화법에 노출된 손님의 불편한 마음을 풀어낼 방법은 딱히 찾기 어렵다. ‘괴상한 높임말’의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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