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소설가
한눈에 ‘이 사람이다!’를 알아본, 일테면 운명의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대개 데이트를 통해 상대를 차츰 알아간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 어쩌면 이게 인생의 전부 아닐까.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빌리자면 “이게 다예요!” 어떤 대의적 성취를 이루고 산다 해도 사랑이 없다면 공허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이들이 사랑을 통해 더욱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과정, ‘연애’란 그래서 참 예쁜 것이다.
그런데 종종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아 사랑에 냉담해진 청년들을 만나게 된다. ‘사랑을 하고 싶은’ 상처받은 이삼십대 친구들에게 나는 가끔 사람 보는 기준에 대해 말하곤 한다.
내 기준은 이렇다. 보통의 ‘일하는 사람’들, 즉 통상 의미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 상대가 어떻게 대하는가를 잘 보라. 경비원, 청소원, 식당 종업원, 택배 기사, 각종 서비스업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아르바이트생…
약자와 소수자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면 일단 안심이다. 그런 사람은 연애 혹은 결혼생활을 하더라도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구는 비굴은 언제라도 폭력으로 변할 수 있고, 그 약자는 연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요컨대 ‘사람에 대한 예의’, 이것을 갖추지 못한 사람과 잘못 엮이면 인생이 괴로워진다. 입에 발린 사랑의 말을 아무리 쏟아낸다 해도 나지막한 보통의 존재들과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면 만남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가능성은 적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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