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강·낙동강 등 4대강에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기승을 떨칠 것이라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실지렁이나 깔따구는 하수도와 같은 정체되고 오염된 물가에 주로 서식해, 보 건설로 정체된 4대강 물이 점점 하수도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해마다 유지관리·수질개선 비용으로 수천억~수조원을 쏟아붓고도 좋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다.
반면, 규모가 4대강에 못 미쳐 몸이 동강나는 재앙을 면한 작은 하천들은 여전히 힘찬 생명력으로 꿈틀대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 이를테면 해마다 이맘때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전남 장흥군과 강진군의 탐진강이 그렇고, 유일하게 남북에 걸쳐 흐르는 ‘분단의 강’ 임진강이 그렇다.
60년 이상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임진강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기로 이름이 높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임진강 하구에는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는 물론, 수원청개구리·수달 등 양서파충류, 포유류, 곤충, 어류에 이르기까지 44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통선 주민들은 남북이 포탄을 주고받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망령’에 사로잡힌 국토교통부는 2500억원을 들여 임진강마저 준설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봄에는 정말 물길을 막고 공사를 시작할 태세다. 1990년대 문산지역 홍수피해를 들먹이며 임진강의 근본적인 홍수예방을 위해 반드시 준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하천 정비를 자연친화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진행 과정을 보면 4대강식 밀어붙이기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임진강은 퇴적과 세굴이 반복돼 준설을 할 이유가 없다’든지, ‘저류지 구실을 하는 장단반도 농경지에 준설토를 쌓으면 문산지역 홍수 위험이 더 커진다’, ‘준설해도 수위 변화가 거의 없다’와 같은 전문가·주민 의견은 한낱 통과의례로 취급됐다. “임진강 홍수 대책으로 군남댐·한탄강댐을 만들었고 제방을 높이고 배수로 펌프장도 보강했다. 준설은 과잉·중복투자로 불필요한 사업”이라는 환경단체 지적도 ‘쇠귀에 경 읽기’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이라며 반발하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남은 공청회 절차조차 생략해버렸다. 애초 이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 했던 환경부는 국토부의 위세에 눌렸는지 말문을 닫았다.
국토부는 준설 이외에 다른 대안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 야고다 무니치 의장은 지난해 10월 임진강을 둘러본 뒤 주옥같은 말을 남겼다. “임진강 유역 농민들이 친환경 농사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 경제적 이익을 얻고, 좋은 쌀을 어린이들이 먹으니 이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순환이다.”
무니치 의장은 이어 “하천 직강화와 준설, 댐 같은 시설물을 세우는 것은 홍수 때 피해를 키우는 구시대적인 방식이다. 강 주변에 농지나 습지 등 범람원을 둬 홍수 때 물을 머금어 완충작용을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비무장지대(DMZ)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도 그는 “안보관광에 그치지 않고 에코투어를 통해 지역보전과 경제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람사르 습지나 세계자연유산 지정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76개 환경단체, 200만명의 활동가가 소속된 세계 3대 환경단체 수장이 내놓은 해법은 간명했다.
임진강에도 봄이 오고 있다. 임진강을 겨누는 중장비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준설하면 모든 것이 망가진다’는 무니치 의장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박경만 사회2부 기자 mania@hani.co.kr
박경만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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