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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은 ‘리틀 김기춘’? / 김의겸

등록 2015-02-11 18:46

김의겸 디지털부문 기자
김의겸 디지털부문 기자
“우병우의, 우병우에 의한, 우병우를 위한 인사지 뭐~.”

6일 발표된 검찰 인사를 두고 새나오는 검사들의 볼멘소리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젊디젊은’ 우병우(48·사법연수원 19기)가 앉다 보니 그 여파가 검찰 인사 전체를 뒤흔들었다는 얘기다. 민정수석은 검찰 간부들에게 은밀하게 협조를 부탁해야 할 일이 많은 자리다. 나이가 어리면 아무래도 말발이 서지 않는다. 우 민정수석이 편하게 일을 하려면 검찰도 젊어져야 하는 것이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지만 그만큼 우병우 민정수석이 중요하다는 증거다.

우선 선배인 16기와 17기의 검사장 7명이 옷을 벗었다. ‘용퇴’는 검찰의 전통이지만 검찰총장이 바뀌는 격변기에서나 볼 수 있는 조직 문화다. 평시에는 그저 자리를 돌려막는 게 보통이다. 채동욱 총장 사태로 큰 폭의 물갈이가 단행된 게 1년 남짓이고 올 연말이면 김진태 총장 임기가 다해 다시 대폭 인사가 불가피하다. 민정수석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대폭 개편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용퇴는 강압적이었다. 신경식 수원지검장의 경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신 검사장이 먼저 모범을 보여달라”고 채근했다고 한다. 신 지검장은 17기 선두그룹에 속해 있으니 그가 무너지면 다른 동기들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한 검사는 “생이빨 7개를 억지로 뺀 셈”이라고 표현했다. 우 수석의 바로 위인 18기는 대부분 물을 먹었다. 다들 서울에서 먼 남쪽으로 남쪽으로 발령이 나 투덜거리며 이삿짐들을 쌌다.

대신 19기와 20기가 전진배치됐다. 특히 우 수석이 맘 편히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후신인 반부패부장에 발탁된 윤갑근이 대표적이다. 둘은 예전에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한다.

검찰총장 다음 자리라 할 만한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차장에 모두 고향 선배인 대구·경북(티케이) 출신이 기용된 것도 우 수석으로서는 맘 편히 일할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세번 연속, 이명박 정부까지 치면 네번 연속 티케이 지검장이다. 김수남 차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수사 등을 하면서 종종 청와대와 직거래를 해 대검과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는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티케이와는 결이 다른 부산·경남 출신인 김진태 총장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특보에 이명재 전 검찰총장을 앉힌 것도 우 수석에 대한 깊고도 먼 배려로 보인다. 이 특보는 우 수석의 고향(경북 영주) 직계 선배인데다 김진태 총장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인물이다. 총장과 거래해야 하는 우 수석에게 이 특보는 찬란한 후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는 모두 김기춘 비서실장이 고안하고 장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토록 자상하고 세심하게 정지작업을 하는 걸 보니 김 실장이 물러나기는 물러나는 모양이다. 어린 세자에게 보위를 물려주기 전 미리 정적을 제거하고 원로대신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남기는 왕의 심정이 느껴진다. 별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만난 짧은 기간에 두터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일을 밀어붙이는 저돌성에 사태를 완전 장악하는 꼼꼼함까지 성격도 비슷해 우 수석을 ‘리틀 김기춘’이라 부르는 사람마저 있다. 덩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 깊어졌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검찰은 완전히 뼛속까지 멍이 들고 말았다. 한 검찰 간부는 “검사들도 공무원인지라 승진에 목을 매는데, 이번 인사로 다들 권력의 풍향계만 바라보게 됐다”고 한탄했다.

김의겸 디지털부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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