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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언론의 상업주의 / 박순빈

등록 2015-02-22 18:45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보수·우익 여론을 대변하는 정통 일간신문이다. 1855년 창간 때부터 ‘가장 값싸게, 가장 고급스러운 정보를 전달한다’는 신조를 내세워왔다. 그런데 요즘 아주 저급한 비리 의혹에 빠졌다.

발단은 내부 고발이다. 정치 담당 선임해설위원인 피터 오본이 ‘양심선언’을 담은 사직서를 최근 공개했다. 그는 경영진이 광고 수입에 급급해 편집권을 훼손하고 언론 기능을 마비시키는 ‘치명적 순간’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사례로 2012년 말 에이치에스비시은행(HSBC)의 탈세 의혹 보도가 무마된 것을 들었다. 에이치에스비시의 광고 중단 위협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편집진에게 의혹을 축소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회사가 진실 보도의 의무를 저버리고 독자들에게 일종의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본의 사직서를 두고,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제이 로젠 뉴욕대 교수는 “저널리즘의 현실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글”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언론계도 발칵 뒤집혔다.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연일 관련 뉴스를 취재해 내보내고 있다. 경쟁지인 <가디언>은 18일치 신문에서 “텔레그래프 사주가 운영하는 ‘요델’이라는 택배회사가 2012년 12월 에이치에스비시로부터 2억5천만파운드(약 42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텔레그래프와 에이치에스비시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장이 커지자 텔레그래프는 19일 장문의 사설에서 “에이치에스비시 관련 보도에 대해 사과할 내용이 없다”며, 오히려 “기업 활동의 자유와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값싼 포퓰리즘과 냉소주의가 판치는 시대에 상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고급 저널리즘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언론사는 늘 저널리즘의 공익성과 기업으로서 상업성을 두고 줄다리기를 한다. 영국의 3대 유력지 가운데 하나는 노골적으로 상업성 쪽에 기운 듯하다. 한국의 언론사들은 어떤가?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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