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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박근혜·시진핑·아베 ‘삼국지’ / 박민희

등록 2015-02-25 18:43수정 2015-02-26 15:49

박민희 국제부장
박민희 국제부장
‘2세 지도자’로 나란히 역사 무대에 등장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각자의 취임 2주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월초 국가주석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시진핑 주석은 대중적 지지도와 성과라는 기준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있다. ‘시 다다’(시진핑 아저씨 또는 큰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 주석의 최대 성과는 부정부패 척결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는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고질병인 부정부패 척결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당·정·군·거대국유기업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권력자들의 부패에 가차없이 칼날을 들이댔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권력을 급격히 강화했고,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의 로더릭 맥파커 교수는 시진핑의 권력이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과 견줄 만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시 주석은 이 권력을 활용해 중국의 경제·사회 구조를 개혁하고, 공산당 통치의 공고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고속성장 시대를 마무리하고 중속성장 시대의 ‘신창타이’(뉴노멀)로 들어선 상황에 맞춰 과거 성장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의 길과 동력을 찾고, 국유기업 중심 체제에 민영기업과의 경쟁을 도입하고,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 안보’를 선언하고, 신실크로드(일대일로) 전략,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 등으로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균열을 내면서 중국의 주도권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서구식 사상으로 몰아 탄압하는 등 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고, 강경외교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 등 그림자도 짙다. 하지만 시 주석의 과감하고 강력한 지도력과 실험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말 취임 2주년을 맞은 아베 신조 총리 아래서 일본도 숨가쁜 변화를 겪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활황과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 몇가지 가시적 성과를 냈다. ‘이 길밖에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장기집권 기반을 다진 그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지원을 업고 평화헌법 체제 탈피와 군사력 강화, 미-일 동맹 강화 등을 향한 우경화 움직임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시진핑과 아베의 움직임이 동아시아에 격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25일 취임 2주년을 맞은 박 대통령의 무능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중국과 일본 지도자의 행보에 견줘 박 대통령의 지난 2년은 평가할 만한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통일대박론, 증세 없는 복지 등 수많은 구호들은 밀물처럼 왔다가 아무런 결실 없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제시한 청사진을 실현할 전략도, 노력도 보여주지 않는 공허한 구호들의 행진뿐이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시작된 그의 통치는 검찰 조직을 앞세운 억압통치의 면에서만 유독 활발한 ‘성과’를 보여줬다. 무능력과 불통의 수많은 징후 뒤에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가 뚜렷하다.

<삼국지>에는 권모술수·재능·결단력을 겸비한 ‘난세의 간웅’ 조조, 덕으로 인재를 포용하는 유비, 유연한 전략을 펼치고 부하들과 인간적으로 교류하는 지도자 손권이 등장한다. 이들 지도자들의 핵심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용인술이다. 그렇다면 현대판 ‘삼국지’ 속 시진핑, 아베, 박근혜는 어떤 지도자인가? 위험스러울 만큼 과감한 두 사람의 행보와 한 명의 시대착오적 리더십이 난세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박민희 국제부장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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