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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디지털 자본주의와 근심 / 강정수

등록 2015-02-25 18:48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디지털 경제의 질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그 호흡은 거칠다. 애플이 아이폰6로 스마트폰 시장을 다시 주도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추격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죽은 줄 알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화려하게 살아나고 있고, 영원할 것 같았던 구글 제국에도 조금씩 균열이 보이고 있다.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버는 서비스 영역을 택배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우버는 수요에 기초하여 적절하게 노동을 중개하는 자본주의의 진화된 형식이다. 높은 컴퓨팅 기술에 기초한 우버의 시장중개 모델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크게 바꾸고 있다.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처럼 대립쌍이 아니다.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1937년 <기업의 본질>에서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은 계획경제의 형식을 취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필요에 따라 노동자를 매일매일 시장에서 새롭게 고용하지 않는다.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노동자를 시장에서 매번 구하는 거래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은 중장기 계획을 정하고 계급이 정해진 조직에서 이를 실현한다. 다시 말해 계획경제는 자본주의의 적이 아니다. 계획은 ‘보이지 않는 손’보다 효율적일 때가 많다.

사회주의 실패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계획경제 또한 많은 경우 비효율적이다. 사회의 모든 수요를 시의적절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1973년 칠레의 아옌데 정부는 사이버신(CyberSyn)이라는 대형 컴퓨터를 개발했다. 수요와 공급을 좀 더 빠르게 계산하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같은 해 군사 쿠데타에 의해 사이버신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른바 빅데이터는 계획경제의 실시간 계산 가능성을 높이며, 사물인터넷은 계획경제의 범위를 확대한다. 구글, 아마존, 애플, 우버 등은 디지털 계획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압도하는 시대를 보게 되는 걸까? 아니다. 로널드 코스에 따르면 시장경제의 비효율성은 거래비용 때문이다. 시장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상대편과 협상하고, 정보를 구해 분석하고, 거래위험을 최소화하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코스는 거래비용이라 부른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은 이 거래비용을 빠르게 감소시킨다. 에어비앤비는 빈방을 찾는 거래비용을 낮추고, 우버는 낮은 거래비용으로 운전노동자와 고객을 만나게 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비효율성으로 인해 불가능했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시장 조절이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가능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디지털 손’이 앞으로 모든 삶의 영역을 시장 아래로 포섭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동시에 높인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는 서로를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가 종속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는 조직 형식을 플랫폼이라 부른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플랫폼의 대표 주자다. 네이버와 구글은 정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고, 카카오와 라인은 채팅뿐 아니라 모바일 지불, 쇼핑, 택시 등으로 시장조절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플랫폼 기업은 계획경제를 효율화하는 사물인터넷 환경이 진화할수록, 특정 사회 영역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을 더욱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시장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근심은 경제 효율이 증대한다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부가 높아질 수 있을까에 있다. 디지털로 인한 경제원리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은 이 근심을 더욱 값지게 할 것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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