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명 한신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
지난해 12월 어느날 새벽, 평택에서는 쌍용차의 두 노동자, 김정욱·이창근씨가 70m 굴뚝 위로 올라갔다. 칼바람이 부는 새벽이었다. 두 노동자가 굴뚝 위로 올라간 지 80일이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변화 기미는 없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봄은 왔지만 두 명의 노동자는 굴뚝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187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는가?
정리해고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가장해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집단해고해 온 가장 악의적인 제도다. 그간 콜트콜텍, 한진중공업, 흥국생명, 풍산마이크로텍, 스타케미칼, 시그네틱스, 구미케이이시(KEC),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저항도 해보지도 못한 채 삶의 현장에서 추방되었다. 절망한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인간의 삶을 짓뭉개는 반인간적 제도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의해 다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187명의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7년 동안 처절하게 싸워왔다. 그간 26명이 세상을 등졌다. 공장 점거, 단식, 대한문 분향소 투쟁, 송전탑 고공농성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해고는 ‘살인’이고, 특히 자본의 ‘살인 행위’에 합법적인 근거가 되고 있는 정리해고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자본과 국가는 이를 외면하고, 죽음마저도 방치했다. 굴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길어진 굴뚝 생활로 이제 두 노동자의 건강상태가 대단히 걱정된다. 올해 초에는 ‘하늘 싸움’과 함께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서울 영등포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도 벌였다.
이후 상황은 변화하는 듯했다. 지난 1월14일에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을 만나 빠른 시일 안에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표명했고, 1월21일부터 설 명절 전까지 이유일 사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규한 쌍용차노조위원장 간의 노·노·사 3자 회동이 이뤄졌다. 해고노동자 쪽은 “혹한의 추위에 굴뚝농성을 계속 내버려둘 수 없다. 설 연휴 전에 해고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교섭은 아무런 성과가 없다. 회사 쪽은 기존에 주장하던 ‘선 정상화 후 해고자 복직’을 반복했고, 신규 인력을 채용함에 있어서도 희망퇴직자를 채용한 이후에야 해고자 복직을 고려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아난드 회장이 “티볼리가 많이 팔리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고 한 말은, 상술 좋은 언사로 허공을 떠돌 뿐이다. 티볼리가 신차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1만대 넘어 팔리고, 물량이 없어 전시차량까지 팔리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있고,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쌍용차 문제의 해결은 대한민국에도 새로운 봄기운을 가져오는 일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같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노동이 존중받는 실질적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3월5일부터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3·14 희망행동’이 전개되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시민행동이다. 오는 3월14일 평택의 굴뚝 아래에선 커다란 희망행동의 날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 봄,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을 원직 복직시켜, 대한민국이 희망의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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