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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종교와 혁명

등록 2015-03-17 18:43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인류가 성인이라 칭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기성체제에 순응하지 않은 혁명성이다. 싯다르타는 모든 부귀영화가 보장된 왕궁을 스스로 걸어 나온 가출청년이었고, 자신과 세계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얻고자 목숨을 걸었다. 깨달은 순간 그의 첫 일성은 “천상천하유아독존 일체개고아당안지”였다. 그것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당시 브라만교의 신 중심 사회를 향한 정면대결 선언이었다. 신에 종속된 삶이 아니라 개별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동시에 세계 만물의 해방과 평안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당대 주류질서에 대한 저항의 선언인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 민중 속으로 걸어 들어간 붓다. 그의 행보는 일생토록 혁명적이었다. 나사렛 예수도 마찬가지다. 히브리 전통이 오래도록 견지한 복수의 당위성─ 이슬람 전통과 궤를 같이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당대 주류관습에 대해 그는 과격한 단절을 선언한다. “누가 당신 오른뺨을 치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는 답한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을 갖다 대십시오.” 가문의 복수를 명예이자 정의로 여긴 당대 주류문화에 대한 혁명적 전복!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공감의 감수성은 당시엔 목숨을 걸어야 했던 위험한 선언이었다. 혁명적 결단을 온몸으로 감수해낸 선각자들의 길은 험난했으나 그들은 끝내 자유로웠다. 신으로부터도 복수로부터도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인간의 가치가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부자유한 자본/종교 종속성의 세상에서 ‘혁명성’에 대해 거듭 생각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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