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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블루스 너머 강허달림

등록 2015-03-18 19:01수정 2015-03-18 19:01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작년 한 공연장에서 만난 강허달림은 선글라스를 쓰고 ‘미안해요’와 ‘꼭 안아주세요’를 불렀다. 시와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공연하는 그를 처음 보았는데 마음이 짠했다. 공연 후 무대 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눌 때, ‘자주 우는군요’라고 무심코 던진 내 말에 그의 눈가가 또 금세 젖어들었다. 작년은 그런 해였다. 버거웠던 한해를 보낸 이 봄에 그의 신보 소식이 들려 서둘러 앨범을 샀다. <비욘드 더 블루스 강허달림>, 한국의 숨겨진 명곡을 재조명한 리메이크 앨범이다. 흔히 ‘블루지하다’고 표현하는 그의 감성을 나는 ‘애이불비 흐느낌’이라고 이해한다. 슬프되 슬픔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슬픔을 몸속으로 깊이 스미게 했다가 이윽고 비상을 시작한 연의 줄을 풀어주듯 조금씩 간곡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 땅에서 공중으로 띄워 올리는 연처럼, 막막한 밤하늘로 띄우는 풍등처럼, 그의 목소리는 자신과 타인의 삶에 힘을 주려는 듯 간절하다. 김두수 ‘기슭으로 가는 배’, 송창식 ‘이슬비’, 최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고 채수영 ‘이젠 한마디 해 볼까’, 이정선 ‘외로운 사람들’ … 강허달림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 곡들을 듣다가 어느새 나는 눈알만한 잔을 꺼내 지난해 고창의 지인이 담가 보내준 복분자술을 따랐다. 부푸는 산 흙 내음, 물 내음, 이끼 내음, 콩 삶는 냄새와 밥 냄새, 냉이 향과 천리향 내음 같은 것이 갈피갈피 진동하는 참 ‘찐한’ 그의 목소리로 난분분 들이닥칠 봄맞이 준비를 한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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