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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머신러닝의 시대 / 임백준

등록 2015-04-06 18:52

머신러닝의 열기가 뜨겁다. 90년대에 불던 월드와이드웹 열풍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IBM), 페이스북, 중국의 바이두 등은 오래전부터 머신러닝을 위한 연구소를 차리고 세계 최고의 석학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는 다수의 스타트업 회사는 머신러닝을 적극 활용한다. 새로운 세대의 비즈니스 모델이 머신러닝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비즈니스만이 아니다. 머신러닝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기예보, 교통신호등, 비행기 스케줄, 온라인 쇼핑, 주식시세 등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 은행에서 업무를 보거나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머신러닝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은 쉼 없이 작동한다. 우리가 보는 뉴스, 할리우드 영화, 소설조차 머신러닝이 만들어낸다. 현대인이 머신러닝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말로 기계학습이라고 부르는 머신러닝은 통계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두 개의 산줄기가 만나서 형성한 산맥이다. 핵심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곳곳에 존재하는 컴퓨터, 휴대폰, 센서, 폐회로(CC) 티브이, 단말기 등이 뿜어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통계의 마술이다. 내가 아마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나와 비슷한 통계적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구매한 책을 찾아내서 내 화면에 보여준다.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서 미래의 내가 어떤 책에 관심을 가질지 예측하는 것이다.

지난 3월27일 뉴욕에서 열린 머신러닝 콘퍼런스(MLconf)에는 300여명의 데이터 과학자, 수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모여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많은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이 콘퍼런스에서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회사와 막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타트업 회사가 한자리에 모여 머신러닝의 최신 동향과 기술적 과제를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해마다 몇배로 늘어나는 참석자 수는 머신러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한다.

아이비엠 왓슨연구소와 인텔 연구소에서 참석한 강연자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람 두뇌에 대한 연구를 소개해 주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을 이용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함으로써 사람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내용을 외부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믿기 힘든 일이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머신러닝이 가진 이런 마법 같은 능력 때문에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획득한 컴퓨터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머신러닝은 인공지능과 동의어가 아니지만 그러한 우려는 머신러닝에도 해당한다. 스티븐 호킹이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머신러닝 혹은 인공지능을 실은 로켓은 이미 발사대를 떠났다.

머신러닝의 손길이 우리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만큼, 로봇 혹은 인공지능의 자의식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머신러닝을 활용해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정의하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한편으로, 컴퓨터의 지능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고민을 수행하기 위한 인문학적 토론이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머신러닝 열풍은 또한 통계학, 프로그래밍,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을 골고루 갖춘 데이터 과학자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켰다. 미국의 경우에는 데이터 과학자를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액티브엑스를 실행파일로 바꾸거나 만화책 사이트를 차단하는 일로 역량을 소모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럴 때가 아니다.

임백준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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