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들으면 정말 싫어할, 그럼에도 새누리당 사람들이 입에 자주 올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교’에 관한 표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래도 엠비(MB) 때는 소통은 했다”, 다른 하나는 “그래도 엠비 때는 일은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잘했다는 것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명박 정부의 비교우위를 말하는 이들마저 “그래도”라는 단서를 붙인다는 사실을 강조해둔다.
이명박 시절의 소통을 그리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의원들이 수시로 안가에 들어가 저녁 먹고 나오면 당-청 관계가 나아지곤 했다”, “30명씩 들어갔다 오기도 했고, 일대일 독대도 자주 했다”, “당 대표가 엠비한테 하도 전화를 자주 해서 엠비가 ‘전화 좀 가끔씩 하라’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쇠고기 촛불’ 때 이명박 청와대 참모들은 <한겨레> 등 비판적 언론과 당내 반대파에게도 “어떡하면 좋으냐”며 조언을 구했다. 친이명박계가 아닌 이주영 의원처럼, ‘무위지치’(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잘 다스려지는 정치), ‘갈택이어’(물고기를 잡으려고 연못의 물을 퍼냄), ‘구화지문’(잘못된 말이 화를 부름)이라는 고사성어를 청와대에 전달해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사 실패, 국정원 댓글 사건, 공약 파기 논란, 세월호 침몰 사태,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 등을 거치며 2년 내내 ‘불통’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월27일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기춘에서 이병기로 바뀐 뒤부터 소통 논란은 싹 가라앉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이병기 실장의 활발한 소통 행보 때문이다. 김기춘 전 실장과는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아 끓는 속을 꾹꾹 눌러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요즘엔 “이렇게 좋은걸…”이라며 흡족해한다. “박 대통령이 나를 잘 안 만나주다가 지금은 잘 만나준다.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는 자랑도 한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제 당-청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 비서실장 한명이 가져오는 분위기 전환 효과가 그만큼 크다. 박근혜 정부 탄생의 주역으로 참여했다가 비판자로 돌아선 김종인 전 의원의 최근 모친상 빈소에 박 대통령의 화환이 놓인 것도 이병기 실장 체제였기에 가능했으리라는 해석이 많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29%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0%대 후반으로 회복세를 탄 것도 공교롭게도 이병기 실장이 들어선 직후인 3월 초부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제 소통 문제는 지나간 이슈”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이 불통의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언제 다시 ‘깜깜이 인사’나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을지 모른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두달 전에 비해 현격하게 낮아진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비교평이 남는다. “엠비 때는 그래도 일은 했다….” 논란은 있더라도, 뭔가 추진해서 결과를 남기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물론,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가 그 ‘일’의 앞자리에 놓일 것이기에, ‘그렇게 일하느니 안 하는 게 낫겠다’는 대꾸도 타당하리라. 그래도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무얼 했는지 되돌아본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무력화, 통합진보당 해산,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기업들 수사가 떠오른다. ‘일’이라기보다 검찰을 활용한 ‘통치 행위’들이다. 남은 2년10개월은 불통 꼬리표를 뗀 가벼운 몸으로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무원연금 개편을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업적으로 남길 수는 없지 않나. “그래도 엠비 때는 일은 했는데…” 하는 얘기를 3년 뒤에도 듣고 싶진 않다.
황준범 정치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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