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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나에게 ‘쾌락’ 주기

등록 2015-04-27 18:46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나는 종종 ‘나를 위한 규칙’을 만든다. 최근의 내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소한 반성 뒤에 오는 규칙들이다. 거기엔 원칙이 있다. 지키기 만만한(!) 규칙을 만드는 거다. 이번 주부터의 규칙은 ‘하루 중 가장 느긋한 시간에 커피 마시기’와 ‘저녁 산책 후 셰익스피어 읽기’이다. 첫째는 그간 2000장 분량의 원고와 씨름하느라 커피를 ‘온전히 즐기기’보다 카페인 ‘흡입’용으로 소비했다는 자각이 든 때문이고, 둘째는 셰익스피어적 대사 연구에 흥미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만만한 규칙을 만들어놓고 그걸 지키는 게 무슨 의미냐 할지 모르지만, 생이라는 울퉁불퉁한 긴 여행길에서 지치지 않으려면 가능한 한 가벼운 신발이 좋다. 사유는 치열하되 일상은 간소할수록 좋고, 생각은 가능한 한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좋다. 대한민국이라는 총체적 난경 속에선 까닥 잘못하면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키기 쉬우니,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성취감을 스스로에게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냉소와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그래도 삶을 사랑할 수 있기’ 위해 일상의 작은 규칙들로 생활의 리듬 만들어주기. 자잘한 잔가지들이 고물고물 허공에 길을 내며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가듯이 ‘나의 삶’이라는 나무 한 그루도 그렇게 소소하게 성장해 가는 것. 세상이 엉망진창일수록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해진다. 스스로를 ‘쾌락’하게 대접하자. 실현 가능한 소소한 계획의 성취는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쾌락의 첫 단추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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