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 운무림에서 황금두꺼비를 처음 본 것은 1986년 여름이었다. 1965년 황금두꺼비를 발견하여 신종으로 기재한 미국 마이애미대 제이 새비지 교수는 그의 논문에 누군가 그들을 오렌지색 페인트에 빠뜨렸다가 건져낸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깊은 산속 작은 물웅덩이에 모여 고혹적인 몸매를 뽐내며 멱을 감는 그들을, 선녀들을 훔쳐보던 나무꾼처럼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미처 그들의 옷을 감추기도 전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끝내 그들이 멸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열대에 가면 칠흑 같은 숲 속을 헤맨다. 아직도 어딘가에 그들이 살아 있을 것만 같아서.
지금으로부터 38억년 전 생명이 탄생한 이래 지구에는 5번의 대절멸 사건이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지금 제6의 대절멸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전의 대절멸 사건은 대개 화산 폭발이나 운석 충돌과 같은 천재지변에 의해 일어났다. 하지만 제6의 대절멸 사건은 천재지변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지구에 가장 막둥이로 태어난 인간이라는 한 종의 영장류가 저지르는 불장난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원래 지구 생물은 매년 1000만종 가운데 1종꼴로 멸종했는데 지금은 1000~1만종이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제6의 대절멸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도대체 누가 우리 인간에게 이런 파괴를 허락했는가?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고갈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알릴 수 있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상기후의 징후를 사람들이 먼저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생물다양성 이슈는 대중의 주목을 끌기 무척 어렵다. 우리가 등교할 때나 퇴근할 때 우리 눈앞에서 황금두꺼비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기후변화 자체가 직접적인 위협은 아닐 수도 있다. 생태학자로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최첨단 냉난방시설을 갖춘 거대한 구조물을 짓고 그 안에서 살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채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겪어야 할 다른 생물들은 어쩔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급감이 우리를 옥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엔은 2010년을 국제생물다양성의 해로 정했다가 급기야 2011~2020년을 통째로 ‘생물다양성의 10년’으로 정하고 세계 각국의 동참을 격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정확하게 반환점을 돌고 있다.
비무장지대 생태계만 보더라도 이른바 ‘환경보전의 제1법칙’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우선 인간의 접근이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좁은 면적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상황에서는 어느덧 인간이 긍정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환경부는 일찍이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여 현재 35마리가 야생에서 살고 있다. 이밖에도 여우, 산양, 황새, 따오기 등의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 국가적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에서 오는 27일 착공하여 2017년에 개원할 예정인 경북 영양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건립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의 비호를 받으며, ‘파괴의 신’ 시바(Shiva)를 등에 업고 날뛰던 우리 인간이 이제 ‘보전의 신’ 비슈누(Vishnu)의 아바타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제대로 된 청지기 역할을 감당할 때가 되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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