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제 지면을 꼼꼼히 읽어온 독자라면 간혹 느꼈을 법한 한 가지가 있다. 경제정책·금융·기업 등 여러 부류 기사에 걸쳐 경제분석가의 코멘트로 유독 김상조 교수(한성대)가 종횡무진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재벌과 불화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기자들이 무턱대고 편애해서? 둘 다 성급한 생각이다.
까닭 없는 편중이 아니다. 여기엔 ‘교수 결핍’이란 사정이 있다. 적막한 연구실의 지적 탐구도 좋지만, 한국 경제의 당면 현실과 동향을 응시하며 공부하는 차분한 교수 논객은 흔치 않다. 교육통계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들어가 집계해보면 4년제 대학 전임교원(정교수·부교수·조교수) 중에 ‘경제’ 명칭이 들어가는 학과 소속 교수는 1020명, ‘경영’은 3656명이다. 이 4676명 중에 이건희 회장의 ‘오래된 (경영)상속 열정’이나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 ‘가계부채’ 문제를 늘 고민하고 있다가, 기자가 전화를 걸면 통찰력 있는 지식에 기반한 날카로운 견해를 제공할 교수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몇 달 전, 재벌기업 상생협력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교수 3명의 이름을 또다른 곳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공교롭게도 3명 모두 2011년도 행정고시 면접위원 명단(총 638명)에 속해 있었다. 해당 부처 담당자는 “한나절 면접 수당이 25만원가량이다. 보수가 적어서인지 교수를 면접위원으로 설득·위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과소한’ 25만원을 벌충해줄 요량으로 정부가 재벌기업에 자문위원역을 주선해준 건 아닐까, 고약한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문득 ‘대한민국 교수집단의 초상’이 궁금했다. 며칠간 대여섯 곳을 취재해 ‘교수’ 관련 팩트를 발굴·수집해봤다. 어느 경제학 논문(2010년)에 따르면,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생수 1만2000여명)의 2008년 교수 급여는 (정)교수 9500만~1억1500만원, 부교수 8100만~9400만원, 조교수 7000만~7900만원이다. 본업(급여) 외 ‘연구비’ 항목은 더 커 보인다. 교수 업적평가로 “논문 쓰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이 학교에선 논문 1편당 400만원의 연구비 보수를 따로 지급했다. 국립대 교수에겐 기본급과 각종 수당에다 월정액연구보조비(약 150만원)와 성과급연구보조비(연 2회·1회 평균 200만원)가 제공된다. 서울 사립 ㄱ대의 2013년 교수 1인당 연간 교내연구비는 979만원, 교외연구비는 1억3649만원이다. 이 교외연구비에는 2013년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학(교수)에 투자한 정부연구비(총 3조9718억원)가 주로 포함돼 있다.
일그러진 얼굴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교수의 삶은 확실히 선택된 것임에 틀림없다. 무릇 누구든 수많은 사회적·제도적 도움과 지원을 받으며 살아간다. 사회공동체가 키워낸 ‘지적 자본’으로서 교수는 더욱 그렇다. 2014년 전국 총 189개 대학(전문대·교대·산업대 제외) 교수는 6만4200명이다. 국가·기업의 장학생으로 해외 유학을 떠나 대학교수로 돌아온 힘겨운 역정에 개인의 재능과 노력도 컸을 테지만, 국립국제교육원이 국고를 투입해 지원한 국비유학생은 1977년 이래 총 2277명, 민간 한국고등교육재단이 1974년부터 보낸 해외 박사취득자는 620명이다. 다소 불평등하게도, 동시대 가난한 친구가 고교 졸업 뒤 일찍 직장에 다니며 낸 세금의 일부는 대학지원금과 대학 간 친구의 유학장학금으로 흘러간다. 130년 전 영국 경제학자 마셜이 교수직 취임연설에서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외쳤을 때 그는 “자기 주위의 고뇌와 싸우기 위해” 그 머리와 가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묘약을 찾는 데 기여할, ‘재능’을 가진 교수들의 ‘사회적 열정’이 아쉽다. kyewan@hani.co.kr
조계완 경제부 산업2팀장
조계완 경제부 산업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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