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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코란 발견의 비화

등록 2015-07-01 18:43

코란이 최초로 인쇄되어 책으로 나온 곳은 어딜까? 이슬람권에서는 당시 활자 인쇄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인쇄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다. 베네치아의 출판업자 알레산드로 파가니니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 출판에 나섰는데, 아직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그 책들이 모두 사라져 전설로만 남아 있었다.

1987년 7월2일 파가니니를 연구하던 젊은 문헌학자 안젤라 누오보는 베네치아 인근의 한 수도원에 16세기의 희귀본이 소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스승인 조르조 몬테키 교수와 함께 그 수도원을 찾았다. 누오보는 수도원의 사서에게 소장 도서 목록을 요청했다. 거기에는 <연대 불명의 아랍어 코란>이라는 제목이 들어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인 그는 그 책을 보여 달라고 청했다. 여자가 수도원 회랑에 들어설 수는 없는 법이어서 그곳엔 몬테키 교수가 따라갔다.

이윽고 돌아온 몬테키 교수의 손에 들린 그 책이 500년 동안의 전설이었음은 교수도 제자도 모두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것은 문헌학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최초의 발견자에게 국제적인 명성이 보장되어 있으리라는 것도 확실했다. 그 공은 누구에게로 돌아갔을까?

몬테키 교수는 목록에서 그 책을 먼저 알아본 것이 누오보라는 이유로 모든 공적을 누오보에게 돌렸다. 여성이 그 책을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책의 신빙성을 문제 삼던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 문헌학자들이 그러했고, 그 책이 수도원에 있었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도승들과 여성 비하의 전통이 강한 이슬람권에서 동조했다. 몬테키는 그들의 비난도 학문적으로 일축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누오보는 우디네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누오보는 명성에 우쭐대지 않고 그 코란을 서지학적으로 정밀하고 세심하게 연구함으로써 스승에게 보답했다. 여러 일로 마음이 뒤숭숭한 이 시기에 모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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