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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오픈프라이머리, 왜? / 황준범

등록 2015-07-21 18:21

최근 시작한 국회 배경의 드라마 <어셈블리> 얘기다. 수리조선소 정리해고자 복직투쟁위원장인 용접공 진상필(정재영 분)은 그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 집권당인 국민당의 ‘전략공천’을 받는다. 야당에서 먼저 야권연대 후보 제의가 왔지만, 투쟁에 한계를 느낀 그는 대통령 최측근인 집권당 사무총장의 제의에 손을 잡아 여당 텃밭에서 당선된다. 그다음엔 어찌 될까. ‘진상필 의원은 대통령과 당 주류의 눈치 안 보고 소신을 펼 수 있을까?’ 드라마니까 어찌어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새누리당에 대입해 놓고 보면? ‘아니올시다.’ 우리는 유승민 사태에서 똑똑히 봤다. 배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유승민 숙청’을 결의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개혁 성향의 한 의원이 유승민 사퇴론을 펴서 적지 않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뒤 간명한 설명이 돌아다녔다. “친박 핵심 ○○○하고 아주 특수한 관계다. 대통령과도 가깝고.” 더 물을 거 없다. 배신하면 안 되는 거니까.

유승민 사태는 계파 정치의 폐해를 일깨웠다. 계파 정치가 사라지긴 어렵더라도, 그 수준이 ‘가치’나 ‘철학’ 대신 ‘의리’와 ‘배신’을 앞세우는 정도여선 안 되겠다는 생각. 더구나 자의든 타의든, 대통령이 특정 계파의 정점으로 자리매김돼선 안 되겠다는 생각 말이다. 만약 지난 선거에서 대통령보다 유권자들에게 더 신세졌다고 믿는 의원들이 많았더라면, 다음 선거에서도 유권자만이 진리라고 의원들이 확신했다면 이번 일도 상식적인 결말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유승민 사태 직후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거듭 강조한 것은 의미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공천을 “정치에서 만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잘못된 공천 때문에 계파 갈등이 증폭되고 당이 분열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내년 4월 총선 공천부터는 당 지도부가 아니라 100% 일반 국민들 손에 공천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 청와대 눈치만 보다가 이제 와 뭘 하겠다는 거냐’고 할 수 있지만, 오픈프라이머리를 말하는 김 대표는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2008년과 2012년 친이계와 친박계로부터 연거푸 공천 학살을 당한 경험에 이어, 유승민 사태까지 겪으면서 계파 공천의 폐해를 더욱 절감했으리라 짐작한다. 대통령과 친박계의 벽 앞에서 “오른팔을 잘라낸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유승민을 포기한 김무성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위에서 내리꽂는 ‘전략공천’이니, 계파간 ‘나눠먹기 공천’이니 못 하게 나부터 공천권 포기할 테니 대통령이나 친박계도 딴생각 말라는 뜻으로 믿고 싶다.

물론, 오픈프라이머리는 문제점도 많다. 현역 의원들한테 유리해 새 인물과 여성 등 약자에게 불리하고, 엄청난 경선 비용 부담과 이후 불법 시비 위험성을 안고 있다. ‘역선택’을 막으려면 여야가 같은 날 치러야 하는데, 야당이 부정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최대 맹점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안에서도 결국엔 현재 50:50인 일반 국민과 당원 참여 비율에서 일반 국민 비중을 좀더 높이는 수준이 될 거란 전망이 많다.

공천권을 일반 국민에게 다 주는 ‘오픈프라이머리’와, 당원과 일반 국민을 적당히 섞는 ‘상향식 공천’은 크게 다른 얘기다. 그래서 김 대표로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내걸어 의제 선점 효과만 누리고, 야당 핑계 대며 슬그머니 집어넣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황준범 정치부 기자
황준범 정치부 기자
형식적 결말이야 어떻든, 핵심 관전 포인트는 하나다. 과연 김무성은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차단한 당 대표로 기록될 수 있을까. 계파 정치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정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걸 해내야 그에게도 다음이 보인다.

황준범 정치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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