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학교 교육과 학교도서관 / 서진원

등록 2015-08-03 18:31

학교 교육의 문제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쟁점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존속하는 한 아마 이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학교 교육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교육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 교육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정상적인 교육의 원칙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방법들은 단기적으로는 문제 해결의 효과를 거두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해결책도 그것이 정상적인 교육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면, 도입 당시의 학교 교육 문제 해결에 아무리 뛰어난 효과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채택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교육 방지책으로 과거에 입시를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하도록 제한한 적이 있었다. 교과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국, 영, 수 등 주요과목에 치중하는 교육정책을 시도해서 학교를 학원화하는 양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인교육, 정상적인 교육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반성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을, 학생들을 속이는 일이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통증의 원인을 찾아서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진통제 처방으로 그 순간만을 면하려는 의사는 잘못하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의 전인교육에 중요한 교양독서활동의 보고이다. 학생들의 폭넓은 독서는 교과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나 국, 영, 수 주요과목에 치중하는 학원식 교육의 폐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의 학습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자료를 제공하고 안내하는 학교기관이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그들의 교양독서와 학습활동에 필요한 정보자료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는 정보전문가이다.

사실 공부란 따지고 보면 단순한 것이다. 독서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교육은 학습활동에도 필수적이다. 누가 할 것인가. 독서교육을 포함한 정보활용능력(information literacy)에 대한 교육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 사서교사가 없다면 학교도서관은 그 역할의 절반도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의 비유에서 정보활용능력에 대한 교육은 후자에 속한다. 이는 교육학의 중요한 분야인 초인지(meta cognition)에 관련된 것으로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의 기반이 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는 학교 교육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다 주었을 뿐이다. 정작 학생들이 필요해서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못했다.

서진원 전북대 교수, 문헌정보학
서진원 전북대 교수, 문헌정보학
이제 고쳐져야 한다. 학생들이 독서(교양독서)와 학습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을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활용해서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독서(교양독서)와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가 갖추어져야 한다. 학교 교육에서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역할은 크게 확장되고 발전할 것이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후반기 중등교사 채용 예정인원에서 사서교사 채용 예정인원은 한명도 없다고 한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사서교사는 그 채용률이 8.7%(2014년 교육통계)이다. 학교도서관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서교사의 채용은 확대되어야 한다.

서진원 전북대 교수, 문헌정보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