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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공영방송 이사 자격의 검증대 / 정연우

등록 2015-08-19 18:40수정 2015-08-20 14:32

부적격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책임이 새로 구성되는 <한국방송>(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손에 넘겨졌다. 여론 지형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이 합리적인 공론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막말과 편향으로 공론장을 파괴하는 종합편성채널들의 폐해까지 더해지면서 민주적 공론장은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서 방송주권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책무가 새로운 이사회에 주어졌다.

당장 시급한 현안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투철한 사장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11월이면 한국방송 사장의 임기가 끝나고 내후년 2월이면 <문화방송>(MBC) 사장의 임기도 만료된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으로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매우 크다. 여당 추천 이사들만으로도 편향적인 인사를 사장 자리에 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수 이사들이 정치세력의 지침에 따라 패거리처럼 움직이는 꼭두각시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주어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정치적 개입과 예속을 가져오는 통로이자 때로는 행동대 구실을 해온 것이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현재의 이사회가 사장을 결정하게 되면 정치권이 낙점한 인사가 사장이 되는 길을 막아낼 뾰족한 방안이 별로 없다. 그러니 공영방송의 불공정성을 아무리 지적해봐야 사장들은 들은 체도 않을 게 뻔하다. 오히려 그럴수록 충성심을 인정받아 신임이 더 두터워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실 가능한 대안은 이사회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별도로 구성하여 추천을 위임하는 방안이다. 사추위는 제대로만 구성되고 운영된다면 정치적 편향 인사가 사장이 되는 것을 걸러낼 수 있다. 공영방송의 이사회는 형식적으로는 방송의 주권자인 국민을 대의하는 조직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파적 편향과 이해 때문에 국민의 뜻이 왜곡되기 십상이다. 사추위는 국민의 의사를 사장 임명 과정에 좀더 반영함으로써 대의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소수로 구성된 사추위는 구색만 갖추고 흉내만 낼 뿐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추위는 시민단체, 내부 구성원, 언론 현업 단체, 학계 등을 포함하여 이사들보다 훨씬 수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특정 정파나 정치세력이 개입하여 맘대로 조정하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각 단체나 직능, 계층, 분야별로 위원을 얼마나 배정할 것인지,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큰 원칙만 합의하면 세부적인 것은 얼마든지 타협과 절충이 가능하다. 사추위 추천을 거친 후보의 최종 결정은 법에 따라 이사회가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사회의 의결에도 특별다수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별다수제는 여당 추천 이사들만으로는 의결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공영방송 사장의 정치적 편향을 막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우리 방송법은 제1조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보장과 방송의 공적 책임을 명시하고, 제46조에서 한국방송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분명히 규정하였다. 방송 독립성의 보장이 이사들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과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추위와 특별다수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사들은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공영방송 이사들은 그 자격이 있는지를 가름할 시험의 검증대에 올랐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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