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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가치의 나이테 / 김지석

등록 2015-08-30 18:35

나무의 줄기를 잘라 보면 바깥쪽과 안쪽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껍질 바로 다음에 있는 형성층 조직은 해마다 새로 만들어진다. 곧, 형성층이 활동해야 나무가 성장한다. 그다음에 목질부가 있다. 그 가운데 바깥쪽은 밝은색을 띠고 더 안쪽은 어둡게 보인다. 각각 변재와 심재로 불린다. 심재는 물이 통하지 않고 양분도 저장하지 않는다. 세포가 죽어 활동력이 사라진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변형이 작고 단단해 목재로 쓸모가 많다.

나이테는 모든 부분에 다 있다. 형성층에서 일어나는 세포분열은 계절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색깔도 차이가 난다. 봄과 여름에 연한 색으로 넓게 퍼지는 부위가 춘재, 가을에 짙은 색으로 좁게 자라는 부위가 추재다. 나이테의 패턴으로 과거 기후와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 연륜연대학 또는 연륜기후학이 여기서 나온다. 나무가 과거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가능한 학문이다.

개인이나 사회에는 다양한 가치 시스템이 공존한다. 여러 시스템은 평등하지 않다. 중심과 주변이 존재한다. 특정 문화를 성립시키는 데 중요한 가치 시스템이 반드시 있다. 역사에서는 특정한 가치 시스템을 내재한 여러 질서 시스템이 나타난다. 질서 시스템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높은 단계의 질서 시스템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하위 가치 시스템이 폐기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하위 가치 시스템을 포함하면서도 초월하는 개인과 문화가 훨씬 더 건강하다. 이는 나무의 나이테와 닮았다.(<밈노믹스>)

맨 바깥쪽 나이테를 보면 최근 성장 패턴을 알 수 있다. 이전 역사를 보여주는 안쪽 나이테는 바깥쪽 나이테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토대가 된다. 이전 가치가 사라지지 않은 채 초월당하면서도 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 관계나 여야 관계처럼 대립하면서도 극복해야 하는 모든 관계에 적용된다. 배제하려고만 해서는 자신도 발전하기 어렵다는 게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진실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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