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수가 ‘총장 직선제 사수’를 외치며 목숨을 버린 사건이 발생해 총장 직선제 폐지 논란이 다시금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불행한 사태의 단초는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세워 총장 직선제 무력화를 시도한 데서 비롯됐다. 그 결과 전국 38개 국립대학 중 현재 학칙에 총장 직선제를 명기한 대학은 유감스럽게도 단 한곳도 없다. 정부의 예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구조조정 중점 추진 대학에 선정되는 등 결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1987년부터 총장 직선제를 각 대학에서 도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당시 총장 직선제는 지난날 정권과 교육 당국의 간섭과 통제로 인한 정실과 파행으로 얼룩진 대학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상징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다시 말해서 총장의 권위를 보호하고 대학 발전을 도모해 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학 총장을 법인의 얼굴마담쯤으로, 그리고 교육 사업을 육영 사업이 아닌 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온갖 부정 비리를 저지르며,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법인이 엄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들의 정상적인 경영이나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특히 법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된 총장들은 임명권자의 충실한 시녀로서 온갖 파행을 일삼아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 사실을 우리는 불행히도 과거에 충분히 목격했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다시금 정부와 법인이 총장 임명권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마지막 한 가닥 남은 대학인들의 자존심마저 짓밟는 일이다.
그렇다고 총장 직선제가 전혀 문제점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총장 직선제 폐지론자들은 총장 선거 때마다 대학 구성원들이 사분오열되고 선거 후유증이 반목과 갈등으로 남아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와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되어 오히려 총장의 지도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총장 직선제 폐지를 위한 표피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그동안 직선제 총장들은 스스로의 선거 공약을 통해 대학의 비전을 제시, 대학 구성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대학이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쌓아왔다. 그리고 대학교수들의 지지를 받은 구성원으로 대학 경영을 수행함으로써 법인이나 이사진의 파행적이고 독선적인 경영 관행에 견제와 제동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실시되어온 총장 직선제가 각 대학에 기여한 정도는 대학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총장 직선제는 전체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은 제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부는 대학 구조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총장 직선제가 마치 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인 양 더 이상 호도하지 말고 총장 선출 문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지금처럼 재정 지원이란 당근과 채찍으로 대학 장악 음모를 계속하면서 대학을 길들이려 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총장 직선제가 제도나 운영상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거나 문제점을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시 말해서 총장 직선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각 대학의 형편에 부합되는 절충안 마련으로 대학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대학의 미래 발전을 위해 좀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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