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7월 유엔이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 쓰인 난민에 관한 정의는 지금도 통용된다. 협약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러한 공포로 인해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1967년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가 채택돼, 난민협약은 시간·공간적 제약을 넘어 지구촌의 보편 규범이 됐다.
난민에 관한 정의는 ‘박해받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적·이념적 측면이 짙다. 가난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조국을 떠난 사람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은 이주민(Migrant)이라고 불린다. 유럽 선진국들이 자국에 들어온 발칸반도 출신들을 쫓아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내전 등 무력충돌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로 발생한 대규모 ‘난민’도, 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상당수가 “난민 인정 사유가 아닌 본국에서의 내전 발생으로 인한 신변 위협”을 신청 이유로 들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법무부는 밝히고 있다. 4년6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는 내전을 피해 조국을 탈출한 시리아인들이 이에 해당한다.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돼 전세계에 경종을 울린 세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가족이 어떻게든 한국에 왔더라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인도주의 구호단체들과 국제기구들은 내전이나 불가항력적 자연재해의 피해자들도 난민으로 인정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최근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시리아인은 모두 난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난민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주권 국가의 판단에 달려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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