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가을의 길은 수원화성으로 향한다. 한낮의 꿈, 정조대왕의 행렬이 장안문으로 입성한다. 가을의 물은 광교산의 정기를 받고 굽이굽이 흘러 화홍문을 통해 인간의 영역으로 입성한다. 가을의 시간은 화서문을 거쳐 서장대로 흐른다. 한 해 무한의 생장을 거듭했던, 팽팽하게 날 세워 푸르렀던 이파리들이 이제 숨을 가다듬고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만물이 이제 휴식을 준비하는 계절, 가을을 찬양한다. 길, 물 그리고 시간과 함께 성벽을 따라 걷고 호흡을 맡기며 흙길에 스며들어 보자.
강제욱/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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