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난민들이 한꺼번에 유럽으로 몰리면서 지구촌의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주축을 이루는 시리아 난민은 그동안 최대 규모였던 아프가니스탄 난민처럼 장기 내전의 산물이다. 난민이 아니어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오래전부터 해외 이주가 활발했던 곳이다.
미국의 문화지리학자인 윌버 젤린스키는 이주 유형을 5단계로 구분한 이주 변천(Migration Transition) 모델을 제시한다. 첫째는 ‘전근대 전통사회 단계’다. 도시화가 시작되기 이전으로, 이주가 거의 없으며 인구의 자연증가율도 낮다. 둘째는 산업화에 진입한 ‘초기 변천 사회’로 농촌에서 도시로 대규모 이동이 일어난다. 인구증가율도 높다. 셋째는 ‘후기 변천 사회’다. 산업화가 상당히 진전돼 도시 사이 이주가 농촌-도시 이주를 넘어선다. 인구는 계속 늘어난다. 넷째는 ‘선진 사회’로 도시 사이 이주가 압도적이다. 인구증가율은 크게 낮아진다. 마지막은 ‘미래 초선진 사회’다. 인구가 정체되고 도시 사이 이주만 일어나는 단계다.
해외 이주가 대규모로 일어나는 것은 둘째와 셋째 단계다. 인구 증가가 ‘밀어내는 힘’이라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외국 도시는 ‘끌어당기는 힘’으로 작용한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20세기 후반에 지구촌에서 인구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의 하나다. 예컨대 1950년에는 유럽 인구가 아프리카의 3배 가까웠지만 이젠 아프리카가 훨씬 많다. 그렇다 보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선 제대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층이 넘쳐난다. 2011년 이 지역을 휩쓸면서 시리아 내전의 촉발점이 되기도 한 ‘아랍의 봄’의 주역도 젊은층이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해외 이주도 줄고, 늦어도 2050년까지면 이 지역 전체가 넷째 단계의 이주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내전 등 심각한 혼란으로 인한 이주가 계속되더라도 대부분 지역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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