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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세입자는 서러워

등록 2015-10-20 18:39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전세난이 심각하다고 해서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했다. 내년 4월이면 지금 집의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서다. 갖고 있는 책이 제법 많아서 이사하는 게 명절날 민족대이동 수준이다. 지난번 이사 왔을 때도 책 정리하다가 허리 정리할 뻔했다. 웬만하면 올려주고 살아야지. 그런데 세상에, 1년 6개월 만에 30%가 넘게 올랐다. 6개월이 남았으니 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빛의 속도로 달아나는 전세를 무슨 수로 잡나? 나 잡아 봐라, 놀리며 달아나는 옛날 애인도 아니고. 집안일로도 근심이 한가득인데, 나라에서는 끝내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낼 모양이다. 무수한 반대 성명과 시위, 집필 거부 선언 가운데서도 청년예술인행동의 피켓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너희 집이 아니고 역사도 너희 집 가정사가 아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대를 이어 살았으니 우리 집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고, 나라의 수장이 되어 장기집권을 하고 또 집권했으니 가족사가 국사에 맞먹는다고 해도 잘못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아버지 때와 달리 지금의 청와대는 자가가 아니라 전세라는 것. 2년 남짓 지나면 비워주어야 한다는 것. 그 기간에 필자 모집, 집필, 교정, 인쇄를 끝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전세대란의 와중에 빚내서 집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샀다가는 하우스푸어가 된다. 나라 집을 자가로 여겼던 전임자들의 후일담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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