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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우리의 교육지표’ / 최원형

등록 2015-10-26 19:24

1978년 6월27일 전남대학교 교수 11명은 ‘국민교육헌장’을 겨냥해 ‘우리의 교육지표’ 성명을 발표했다. 대학 캠퍼스마다 공안세력이 진을 치고 감시와 탄압에 바짝 열을 올리던 유신체제에서 이 성명은 앞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터져나올 것을 예고했다.

성명은 독재체제를 떠받치는 국가주의적 교육사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민교육헌장은 행정부의 독단적 추진에 의한 제정 경위 및 선포 절차 자체가 민주교육의 근본정신에 어긋나며 일제하의 ‘교육칙어’를 연상케 한다. (…) 지난날의 세계 역사 속에서 한때 흥하는 듯하다가 망해버린 국가주의 교육사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 민주주의에 굳건히 바탕을 두지 않은 민족중흥의 구호는 전체주의와 복고주의의 도구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대신 이들은 ‘교육의 인간화와 민주화’, ‘교육자 양심에 의한 교육’, ‘외부 간섭의 배제’ 등을 주장했다. 이들의 일성에 각계의 지지가 잇따랐다.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송기숙 전남대 교수와 성내운 연세대 명예교수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고, 교수들은 전원 해직, 시위에 참여한 30여명의 학생들도 제적·정학을 당했다.

송기숙 교수는 1심 공판에서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19 앞뒤 며칠 동안 우리 교수들은 마치 강의시간표 짜듯이 누구는 도서관 앞에서 몇 시부터 몇 시, 누구는 사범대학 벤치 옆에서 몇 시부터 몇 시, 이런 식으로 보초를 서서 학생들을 감시해야만 했다.” 또 “학생들이 질문을 해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무엇 하나 시원하게 사실대로 대답해주는 일이 드물었다”고 했다. 교수가 진실을 말해주기는커녕 정권의 입김에 따라 학생들을 막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러워, “위신이나 좀 세워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사들에게 “엄정 대처”하겠단다. 곳곳에서 ‘퇴행’이 뭔지 제대로 느끼는 시절이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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