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열린 캐나다 총선은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압승한 제1야당 자유당이 집권당의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캐나다의 구매 취소는 F-35 공동개발국 9개국 가운데 첫 이탈 사례인데다, 이 전투기의 판매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일이어서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벌써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F-35 구매 비용 및 개발 과정에 대한 자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캐나다는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한 바 있어 우리에게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1997년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개발사업에 참여해 현재 캐나다의 33개 회사가 납품까지 하고 있다. 애초 캐나다 국방부는 2010년 이 전투기 65대를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전투기 구매 가격 90억달러와 20년간 운영유지 비용을 합해 총비용이 16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런 비용 산정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회 예산국은 30년간 운영할 경우 총비용이 293억달러가 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를 20년간 운영한다고 가정해도 총비용이 2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폭로했다. 국방부 발표와 90억달러나 차이가 난다. 또 정확한 비용 산정을 위해선 운영 기간을 더 장기간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캐나다 감사원은 정부와 독립적이며, 조사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2012년 국방부와 별도로 F-35 구매를 감독하는 조직을 설치해야 했다. 또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케이피엠지(KPMG)로 하여금 비용을 추산토록 했다. 회계법인이 내놓은 결과는 놀라웠다. 42년간 운영할 경우 총비용이 458억달러(약 5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구매비용은 90억달러지만, 운영비용은 200억달러, 유지(수리)비용은 133억달러나 됐다. 배보다 배꼽이 큰 형국이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그해 말 구매계획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집권 보수당은 캐나다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시기를 봐서 구매계획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선거에서 완패함에 따라 이런 바람은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캐나다 사례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야당은 정확한 총비용을 감추려는 정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캐나다 공영방송 <시비시>(CBC) 보도를 보면, 야당은 구두질의 외에 20차례 이상 문서 답변을 요구했다. 2011년엔 정부의 자료제출 거부를 의회 모독죄로 규정하고 정부 불신임을 해 총선까지 다시 치르게 했다. 또 F-35 총비용을 구매비용에 국한하지 않고, 전투기가 운영되는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포함시켜서 공론화했다. 이는 기존 전투기보다 운영유지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F-35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F-35 전투기 40대의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7조3천여억원이라는 구매가격만 공개했다. 그마저도 예상 가격이다. 미국 국방부가 대신 구매해 한국 정부에 넘겨주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인 탓이다. 이 방식은 우리가 미국 국방부 구매가격으로 전투기를 사는 것이지만, 개발 지연이나 생산 감축에 따른 생산단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불공평한 것이다. 여기에다 캐나다가 택한 방식처럼 42년간 운영유지 비용을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F-35 총비용은 31조8천억원으로 급증한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에 핵심기술 이전마저 거부당한 상황에서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러가며 F-35를 구매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
박현 국제 에디터 hyun21@hani.co.kr
박현 국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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