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1965년에 발표된 대중가요 ‘회전의자’의 첫 소절이다. 지금도 그런 면이 있지만, 그 시절에는 특히 회전의자가 출세와 성공의 상징이었다.
서는 자세는 하나뿐이지만 앉는 자세는 책상다리로 앉기, 쭈그려 앉기, 다리 펴고 앉기, 한 무릎 세우고 앉기, 꿇어앉기 등 여럿이다. 한국인들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앉을 장소, 자기 몸 상태, 함께 있는 사람의 지위 등을 고려하여 앉는 자세를 선택했는데, 그중 ‘의자에 앉는’ 자세를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의자는 아주 드문 물건이었다. 왕이 앉는 옥좌나 대신들이 출퇴근할 때 타는 초헌이 남여(藍輿) 정도가 있었을 뿐, 의자는 일반 가정의 필수품이 아니었다. 개항 이후 한국에 온 서양인들을 가장 많이 괴롭힌 것도 의자 없는 실내였다. 그들은 잠시만 앉아 있어도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 땅에 서양식 안락의자가 도입된 것은 개항 직후로 추정된다. 1880년대 초에 서양인들은 몇몇 한국 고관의 집에서 고급 서양 가구를 보았다고 기록했다. 물론 서양인들 집에는 의자가 있었다. 이후 의자는 서양인들이 세운 교회와 학교에 빠짐없이 놓였고, 궁궐과 일부 관청에도 자리 잡았다. 접대와 과시를 위해 의자를 들여놓는 부잣집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 뒤로도 오랫동안 의자는 일반 가정집의 필수품이 아니었다. 의자가 서민 가정에까지 침투한 것은 아파트 시대가 열린 뒤였다.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일어나자마자 변기에 앉았다가 식탁 의자에 앉았다가 자동차 운전석이나 대중교통수단 좌석에 앉았다가 교실이나 사무실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보낸 후 귀가해서는 다시 식탁에 앉았다가 소파에 앉았다가 잠자리에 든다. 의자는 현대인이 깨어 있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 몸에 대고 있는 물건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 의자를 두고도, 직장 내 더 좋은 의자를 두고도 늘 경쟁한다. 의자는 경쟁이 일상인 현대사회의 표상이기도 하다.
전우용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