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다음달 개봉한다. 한국판 스타워즈는 이미 절찬 상영 중이다. ‘아임 유어 파더’(내가 네 아비다)라는 대사 한줄 외워 오디션에서 일등 먹은 이가 주연이다.
주인공은 간절히 원하던 우주의 그런 기운, 포스를 전체적으로 느껴버린다. 남몰래 독공 연마 중 주화입마에 빠졌던 남동생, 차라리 남이었으면 하는 여동생을 버리고 홀로 용맹정진, 어둠의 포스를 깨달은 주인공은 무너진 혼의 균형을 정상화하겠다며 친박클론을 이끌고 광야로 나선다. 광선검, 필요 없다. 레이저, 눈에서 나간다.
1970년대 방화 취향 관객들에게는 재밌다는 입소문이 도는 모양이다. 문제는 각본이 조지 루커스가 아닌 임성한 작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친박클론들이 은하계 별만큼 많아지자 근, 아니 은혜를 아는 진실한 친박클론들만 골라내는 공천학살이 시작된다. 레이저에 맞으면 피아 구분 없이 금배지가 날아가며 죽는소리를 한다는데, 첫 대사가 단말마인 이들로 홀로코스트 수준이다. 쪽대본이라 작품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서로 민망하다.
서울 여의도 국회는 봄 벚꽃, 가을 단풍이다. 가을비 맞은 단풍잎이 지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좀 빠르다. ‘진실하다, 그렇지 않다, 진실하다…’ ‘은혜를 안다, 모른다, 안다, 모른다…’. 불안했는지 가지째 꺾어와 몰래 나뭇잎점을 치는 의원들이 많은 탓일 것이다.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 달라”,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뿜는 어둠의 포스가 실로 대단하다. 배신은커녕 그 진실함과 은혜 알기가 사미인곡 수준인 한 친박근혜 의원에게 ‘당신도 무서우냐’고 물었다. “설마 ‘너희들은 다 죽었어’ 이런 말씀이겠느냐”면서도 “진박과 친박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나도 무섭다”고 했다. 토닥.
친박계 다른 의원에게 또 물었다. “진박? 진실한 친박이라는 말인가? 누가 또 말을 만들어냈나 보네.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와 같은 말씀 아닌가?” 복음 받은 자의 자신감이다. 자칭 친박임을 과하게 드러내지만 늘 뭔가 불안해 보이는 의원에게도 물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히 포스를 해석하려 드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반면 잔뼈가 굵은 한 당료는 “솔직히 누가 배신을 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반군 편에 선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엠비(이명박) 쪽에 붙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지금 어디에 붙어 있는지 보라. 유승민, 김무성이 그때 배신을 했느냐”는 것이다.
홀로 있어도 사악한 마음 품지 않고, 뒤에서 몰래 비방하거나 해코지 않을 것이며, 기꺼이 만족하고 자기 분수를 아는 것. 각본은 에스에프인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요구되는 총선용 양생술은 영남학파 종장 퇴계의 ‘활인심방’이다. 원조친박(원박)에서 종박세력(종박)을 거쳐 진실친박(진박)까지. 그 불로장생 욕망이야 광선검처럼 뜨겁다만, 결국 친박 족보의 마지막 계보는 최고존엄 홀로 외롭고 높고 쓸쓸한 ‘독박’으로 끝날 거 같다.
여당 의원들도 보는지 모르겠다. ‘노동개혁 레이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웹툰 원작 드라마 <송곳>의 명대사 한 줄을 전한다.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목숨이 경각인 여당 의원들을 위해 누가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말인즉 “시시한 강자와 싸워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의원들이여, 포스 비 위드 유.
김남일 정치팀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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