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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가면 뒤의 가면

등록 2015-12-06 18:40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가면(혹은 복면)에는 세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아이에스(IS) 테러리스트, 은행강도, 복면가왕 무대에 선 가수들, 그리고 댓글 공작을 하다가 들키자 셀프감금을 연출했던 국정원 여직원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자신의 극적인 역할을 과장하거나 과시하기. 탈춤의 공연자들, 가장무도회 참석자들, <환생경제>로 ‘육담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던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혹독한 환경에 대처하기. 감기에 걸려서, 황사가 심해서, 캡사이신과 최루액을 탄 물대포가 날아들어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여기에 속한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 저널>의 서울지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국의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국의 시위대를 IS와 비교했다. 정말이다.” 마지막 말에 그의 경악이 담겨 있다. 농담이 아니라고! 한 나라를 책임진 정부의 수장이 자국민을 테러리스트에 빗댔다니까! 정말로 그런 말을 했다니까! 가면이란 그런 게 아니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부릅뜬 눈’으로 말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린 얼굴, 사과가 아니라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결기를 내보이던 그런 얼굴을 말하는 거지. 이성복 시인은 한 시에서 “그해 가을, 가면 뒤의 얼굴은 가면이었다”라고 썼다. 그 시가 예언이라는 걸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 그해 가을이 2015년 가을일 줄은 아무도 몰랐지.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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