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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거짓말의 기술 / 정남구

등록 2015-12-06 18:41

인간은 거짓말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 다만 교육을 통해 그것이 나쁜 것이고 사회적으로 비난받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비로소 거짓말을 적게 한다고 이언 레슬리는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이란 책에 썼다.

양심을 가진 인간은 아무 티가 안 나게 거짓말하기가 어렵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때면 코가 길어진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쉽게 받아들여진다. 스페인 그라나다대학의 심리학자들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코와 눈 안쪽을 휘감는 근육 부분의 온도가 올라간다.

1920년대 초 레오나르드 킬러가 개발한 거짓말탐지기 폴리그래프는 혈압, 맥박이나 호흡의 변화를 통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분석하는 기계장치다. 한때는 거짓말탐지기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았다. 1947년부터 1953년 사이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핵개발 시설에서는 1만8천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이 정기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아야 했다. 미국에서 거짓말탐지기의 전성시대는 1980년대로, 미국 전역에 검사를 담당하는 기사가 5천명이 넘었고, 연간 200만건의 검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도 100%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법정에서 인정하는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요즘엔 피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자백을 이끌어내려는 장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을 쓴 잭 내셔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채는 인간의 능력이 거짓말탐지기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결국 티 나지 않게 거짓말을 하려면 뻔뻔함만으론 안 되고, 먼저 자신부터 완전히 속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그런 기술에 통달한 사람이 우리나라 권력자 가운데 꽤 보인다. ‘노벨 거짓말상’이 생긴다면 우리나라가 첫 수상자를 낼 것 같다는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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