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가는 정교분리가 원칙이다. 근대성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정교분리다. 하지만 이슬람권에는 그렇지 않은 나라가 적잖다. 특히 테러를 자행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정교분리에 더 부정적이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해 정치제도의 안정성이 거론된다. 2차대전을 전후해 독립한 중동 나라들은 외세 극복과 정치적 통합, 경제 발전 등의 난제에 부닥쳤다. 각국 정부는 세 가지 정치적 용어로 정당성을 주장해야만 했다고 <아랍인의 역사>를 쓴 앨버트 후라니 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말한다. 민족주의, 사회정의, 이슬람이 그것이다.
먼저 힘을 얻은 것은 민족주의다. 민족주의는 1950~60년대 범아랍주의에서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외세 개입은 계속됐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은 1960년대 말 이후 더 강해졌다. 민족주의 이념의 실패다. 사회정의는 아랍사회주의 사상으로 주로 표출됐다. 이는 토지 개혁, 복지 확장, 보편적 교육 도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계층간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졌고 정치 개혁도 지지부진했다. 결국 사회정의 역시 성과가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은 중요한 보루가 된다. 독립 초기에도 이슬람은 영향력이 있었지만 정치 담론에서 1980년 이후 더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각국 정부의 실패 외에도 인구와 도시의 성장, 대중매체의 확장 등으로 인한 정치 영역 팽창도 크게 작용한다. 이슬람 정치체제를 수립한 1979년 이란혁명과 같은 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중요하다. 이후 사우디 같은 왕정국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세속적인 통치집단이 이슬람에 상당히 의존하게 된다. 현재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가 대표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슬람의 순수성을 앞세우는 극단주의자들이 도처에 생겨났다.
이런 분석은 이슬람권의 정치제도가 안정되고 실질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극단주의자가 사라지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