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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최경환‘만큼’은 한다 / 최우성

등록 2015-12-22 18:33

발표했다. 청와대가 드디어 5개 부처 개각을 했다. 당연히 경제부총리도 교체됐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스스로 뜬금없이 국가경제비상사태 운운하며 공포 마케팅에 한창이더니, 정권의 핵심 실세라는 인물은 총선에 출마하고자 경제사령탑 자리에서 사뿐히 물러났다. “전역 날짜가 지났는데 제대증이 안 나온다”는 핵심 실세 경제사령탑의 푸념과 “(나라)걱정에 제대로 잠을 못 잔다”는 대통령의 절규가 마치 ‘공기 반 소리 반’ 조화 이루듯 평화롭게 공존하는 참 묘한 정권이다.

뜨악했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떨떠름하고 못마땅한 표정이다. 후임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겐 순둥이, 백면서생, 수비형 관리자란 단어를 끌어다 댔다. 4대 개혁 등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고 위기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엔 약골이란 뜻이렷다. 스타일과 이력을 봤을 땐 그럴 법도 하다. 전임자가 18개월의 재임 기간 중 구석구석 과도하리만큼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다닌 터라, 후임 후보자의 첫마디가 “초이노믹스 기조를 유지하겠다”인 건 그저 전임자에 대한 예의로만 읽히진 않는다.

태연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개각의 백미는 총선에 내보낸다고 불과 한 달 전 장관을 그만두게 한 사람을 경제부총리 자리에 다시 불러들인 대통령의 담대한 영혼이다. 결국엔 대통령이 손에 쥔 수첩의 얄팍한 두께 탓이요, 귀 막은 청와대의 바닥난 인재 풀의 뻔한 한계 탓일 터인데, 응당 나올 법한 ‘돌려막기 인사’나 ‘땜질 인사’란 비난에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개의치 않는 걸 보고 있자니, 아 이런 게 바로 집권 3년차의 아우라인가 싶을 정도다.

변한 게 있긴 하다.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 경제부흥을 이뤄낼 분으로 기대한다.” 2014년 6월, 그러니까 이번에 물러나는 경제부총리를 발탁하며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던 인사 배경이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게 새 경제사령탑의 임무란 뜻이었다. 언젠가부터 이 아름다운 수치들을 입에 올리는 청와대와 정부·여당 인사들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이제 21일 개각 배경에 관한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을 보자. “4대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기 활성화를 추진해 나갈 적임자다.” 어차피 차차기 후보자 인사 땐 발탁 배경의 핵심이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슬그머니 4대 개혁에 자리를 내줬듯이.

3기 경제사령탑 시대. 그다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정권 운영이란 플레이어 한둘의 묘기 경연이 아니라 엄연한 팀 경기다. 경제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표주자를 바꾸더라도 미세한 전술 변화는 있을지언정 팀 컬러 자체가 바뀌긴 힘들다. 애초 탄탄한 실력이나 참신한 전략으로 경기에 나선 게 아닌 복고풍 정권이다 보니, 남은 기간 새로이 꺼내 들 카드조차 변변치 않다. 4대 개혁 레퍼토리를 읊조리며 국민들을 윽박지르거나, 잊을 만하면 기업들을 쥐어짜 내는 것 말고는. 안팎으로 불안정한데 무리한 경기 띄우기에 나섰다가 상처를 덧내느니, 외려 새 내정자가 올곧은 수비형·관리형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최우성 논설위원
최우성 논설위원
물러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0월 국회에 출석해 스스럼없이 “(경제는) 저 말고도 잘할 분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뼛속 깊이 철학을 공유한다는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잘할 분”이 유일호 내정자다. 핵심 실세의 판단과 대통령의 선택을 한번 믿어보련다. 문자 그대로, 최경환‘만큼’은 한다. 아무렴.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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