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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메르스와 국민연금 / 김양중

등록 2015-12-22 18:39

186, 38, 20.4. 올 한해 국내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사안이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과 관련된 숫자다. 각각 메르스 환자, 그 가운데 사망자, 국내의 메르스 사망률이다. 지난 5월20일 첫 환자 진단 뒤 두 달여에 걸친 메르스 유행으로 국외 관광객이 발길을 뚝 끊는 등 경제적 피해가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었다. 실제 지난 6~9월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3만여명이 줄어 관광산업 피해액만 2조6천억~3조4천억원이라는 추계도 나온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때마다 거의 매번 얘기하는 국내 경제 위기에 메르스 유행이 크게 한몫한 셈이다.

메르스 감염자나 사망자 가운데에도 기가 막힌 사연이 많았다. 지난달 25일 숨진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는 무려 6개월 동안이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양성이 나와 중간에 메르스 음성이 나왔던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여섯 달 내내 가족들과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야 했다. 30대 중반으로 어린 자녀를 둔 이 환자는 결국 숨졌고, 이 환자의 가족은 국내 메르스 종식 선언을 위해 정부가 치료를 등한시했다는 의혹을 남기기도 했다. 메르스에 잇따라 감염된 노부부가 숨지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그의 자녀들은 부모의 임종조차 지켜보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은 메르스를 무서운 감염병으로 인식해 학교 휴교까지 주장할 정도로 공포감을 느꼈으며, 실제 이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커다란 아픔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유행하던 메르스가 들어와 중동 외 국가 중 가장 많은 환자가 생긴 것은 보건당국의 방역 허점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계의 고질적인 여러 문제가 복합된 결과다. 소홀한 병원 감염 관리, 시장같이 북적이는 응급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상주하는 병실, 큰 병원에 몰리는 환자 쏠림 현상 등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메르스 유행을 불렀다. 하지만 국가의 방역을 책임지는 보건당국의 책임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첫 환자의 확진 과정에서도 보건당국보다는 삼성서울병원의 공로가 컸다. 이후 메르스가 확산되는데 보건당국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감사원 감사가 끝나면 많은 이들의 책임 소재가 드러날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지난 8월 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했다. 온 나라에 큰 아픔과 혼란을 가져다준 보건당국의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사망한 환자나 유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문 전 장관이 조만간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할지도 모른다. 장관으로서 관할하던 산하기관의 이사장이 되려고 공모에 지원했다고 한다. 이사장이 되면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하면서 노후를 위해 모아놓은 500조원의 연금기금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연금기금은 애초 많이 쌓아뒀다가 차차 지급하면서 2060년쯤에는 모두 나가고 이후에는 미래의 젊은 세대가 낸 연금보험료로 노인층의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 한 사회의 노후를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제도인 셈이다. 그런데 문 전 장관은 연금과 관련해 ‘세대간 도적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민들을 분열시키기까지 했다. 정녕 메르스 유행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문 전 장관에게 우리들의 노후까지 맡겨야 한다는 말인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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