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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문재인의 위기, 안철수의 기회 2 / 임석규

등록 2015-12-23 18:39수정 2015-12-24 08:36

김한길이 최근 150명쯤 모인 서울지역 어느 호남모임에 참석했다. 안철수와 함께 신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박수가 나왔다. 문재인과 함께 당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박수를 한 명도 치지 않았다. 김한길의 지역구엔 고문이 25명쯤 되는데, 2 대 1 정도로 탈당과 잔류 의견이 나뉘었다고 한다. 김한길은 결국 움직일 것이다.

김한길의 거취와 별개로 ‘안철수 신당’이 10%대 지지율만 유지해도 야권은 총선에서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도, 안철수도 공멸하게 되는 거다. 물론, 한국 정치는 너무도 변화무쌍해서 지지율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양쪽이 각개약진하는 가운데 야권의 전체 의석을 늘릴 가능성도 일부 남아 있긴 하다.

2012년 11월 안철수의 대선후보 사퇴 직후 ‘문재인의 위기, 안철수의 기회’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양보하고 던진 사람은 안철수로 비쳤고, 문재인은 단일후보가 됐지만 상처 입은 승자였다. 안철수에겐 기회이기도 했다. 안철수가 죽기 살기로 도왔을 때, 문재인의 승리는 안철수의 것이요, 패배는 문재인 몫이며, 안철수가 방관자로 남았을 때, 문재인의 승리는 문재인의 것이요, 문재인이 패배하면 그 패배엔 안철수의 몫도 들어 있다고 썼다. 대선에서 안철수가 사력을 다해 문재인을 도왔다고 보긴 어렵다. 그 후유증이 지금 두 사람의 뒤틀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얼마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문재인은 이번에도 안철수와 벌인 ‘치킨게임’에서 이겼을지 모르나 여전히 위태로운 승자다. 거추장스러운 족쇄를 풀어버린 느낌이랄까, 요즘 문재인에게선 뭔가 홀가분한 표정이 드러난다. ‘지긋지긋하고 진저리나는 상황’을 끝냈으니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고 판단할 법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표직을 던지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 그가 맞닥뜨린 대표적 딜레마다.

문재인이 대표에서 물러나는 순간 ‘김상곤 혁신안’이 물거품이 된다는 건 맞는 얘기다. ‘20% 컷오프’도 없던 일이 될 테고 공천은 현역 위주로 이뤄질 것이며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표직을 지키는 것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호남엔 비상등이 켜지고 수도권엔 경고음이 울리는 급박한 상황이다. 당 주류조차 문재인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 걸 두려워한다. 서울의 한 전직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총선 지원유세에 나선다면 거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문재인이 크게 버리고 크게 취하는 리더십을 보이지 않으면 돌파해내기 어려운 위기다.

안철수의 앞날 또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창당 추진→합당→탈당→창당 추진’으로 이어진 행보 속에 ‘안철수표 새정치’는 너덜너덜 해어지고 말았다. 욕을 실컷 얻어먹었고 곁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갔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그럭저럭 나오지만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게 여론이다.

그나마 그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후진적 행태에 넌더리를 내는 이들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득권의 한 축’으로 인식되며 정권에 비판적인 대중의 에너지를 모아내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안철수 현상’에 환호했던 유권자들의 ‘새롭고 다른 정치’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것이다.

임석규 정치 에디터
임석규 정치 에디터
정치인에게 위기와 기회는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찾아온다. 두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정치 고수의 신묘한 방책이 아니다. 그저 욕심을 버리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면 족하다. 막차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임석규 정치 에디터 sky@hani.co.kr

[관련 영상] 연대와 분립, 야권경쟁 막 올랐다/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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