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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말이 사람을 만든다 ②

등록 2015-12-29 18:51수정 2015-12-29 19:02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인종차별 발언 이후에 김무성 대표는 다음과 같은 사과의 말을 올렸다. “현장에서 친근함을 표현한다는 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발언이었습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함께 대화하며 봉사하는 상황이었지만 상대의 입장을 깊이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불찰입니다.” 한번 살펴보자. “친근함을 표현한다는 게” 다음에는 “도에 지나친 농담을 하고 말았습니다”가 와야 한다. 또한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쓰면 안 되고, “상처를 주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써야 한다. 저 말은 상대가 상처를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변명이다. 그는 무엇을 사과한 걸까? 그의 말대로라면 친근함을 표현하려고 상처를 줄 수도(=주지 않을 수도) 있는 말을 한 것뿐인데? “즐거운 분위기 속에 함께 대화하며 봉사하는 상황”은 “즐겁게 봉사하며 웃고 떠드는 가운데” 나온 농담이라는 변명이다. 초점은 ‘봉사’에 있다. 봉사활동이라는 좋은 일을 하다 나온 실수라는 거다. 사실 그는 상대의 입장을 “깊이 고민”해서는 안 되었다. 그건 “배려”하는 것이다. 남의 입장을 이해하면 그만이지 왜 고민을 하나? 또 “불찰”이 아니라 “잘못”이다. 그 말이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아 생긴 잘못’이 아니라, 인종차별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사과가 아니라 변명을 하고 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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