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2012년 3월2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3루수 치퍼 존스가 “올 시즌 뒤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존스는 2011시즌까지 통산 454개의 홈런을 치고 최우수선수(99년)에도 뽑혔던 애틀랜타의 ‘심장’이었다. 201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존스가 해당 홈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마다 기념식과 함께 서퍼 보드(샌디에이고), 카우보이모자(휴스턴), 3루 베이스(뉴욕 양키스, 신시내티, 워싱턴) 등을 선물로 안겼다. 야구팬들 또한 아낌없는 박수로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존스와 이별을 고했다.
2013시즌에는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마리아노 리베라가, 2014시즌에는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가 은퇴를 미리 예고하면서 ‘고별 여행’(farewell tour)을 했다. 상대 구단들은 존스 때처럼 기발한 선물과 이벤트로 그들과의 이별을 축제로 만들었다. 2015시즌 뒤에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영웅인 다비드 오르티스가 은퇴를 발표해 2016시즌 또 다른 고별 여행이 예고되고 있다.
‘베테랑 선수의 고별 여행’에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가급적이면 프랜차이즈 스타일 것, 그리고 전체 구단을 아우르는 기록을 남길 것 등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베테랑 선수의 은퇴 예고에 의한 고별 여행이 이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양준혁도, 이종범도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다. 그들이 전부를 걸었던 그라운드에서 내쫓기듯 유니폼을 벗었다. 그나마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두 시즌 뒤 은퇴를 발표하면서 국내 최초의 ‘선수 고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베테랑 선수와의 이별에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팬들은 선수와 함께했던 추억, 청춘과도 작별을 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축제 같은 고별 여행이 간절한 이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