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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세계 증시파동 관전법 / 딘 베이커

등록 2016-01-24 19:12수정 2016-01-24 20:55

경제신문들이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세계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채권 금리는 뛰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이번 세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 우려가 나올 만하다.

이런 시기에는 주식시장이 경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는 게 중요하다. 주요 증시의 주가는 기업 수익에 견줘 꽤 높았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990년대의 버블(거품)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역사적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이를 고려하면 주가가 5~10% 급락하는 것도 놀랍지만은 않다.

최근 주가 폭락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1990년대와 달리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직접 조달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산효과 탓에 주식 보유자들이 소비를 줄이겠지만, 많은 나라의 소비 수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의 소란에서 한발짝 떨어져 세계 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살펴야 한다.

핵심은 중국의 성장률 저하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전망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는 중국 경제지표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따라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개선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들에는 중국 지도부의 정치적 우려가 반영돼, 이를 가지고 중국 경제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히 두 자릿수 성장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둔화는 실질적 침체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고, 올해 5~7%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후자는 중국으로선 낮은 수치이지만, 대다수 국가들 입장에서는 꽤 높은 것이다. 35년에 걸친 놀라운 기록을 볼 때, 나쁜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올해도 플러스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는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수출시장은 아니겠지만 곤두박질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특정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처럼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들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원자재 수출업자들에게는 더 어두운 소식이 있다. 원자재 과잉 공급 문제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도 한 요인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높은 가격이 원유·천연가스 채굴 및 청정에너지 개발 기술의 진전과 맞물려 수요-공급 불균형을 확대시켰다. 더욱이 여러 산유국들이 원유수입 감소를 벌충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유가 하락이 증산을 초래하는 왜곡된 상황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빚더미에 앉은 석유회사들도 파산을 면할 유일한 길은 증산밖에 없다.

하지만 석유업계의 고통은 다른 영역에는 이득이 된다. 저유가로 절약된 돈은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다. 민간이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자원을 교육과 보건으로 돌릴 수 있으며, 풍력과 태양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환경 보호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락하는 원자재 가격과 역사적 저금리에 따른 재정적자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에 대한 답은 에너지 가격 하락을 상쇄할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세입을 많이 늘리면서도, 소비자들이 세금 없이 에너지를 소비할 때보다는 더 적게 지출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재정적자에 대한 미신적 사고가 세계 경제의 잠재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대응을 가로막는 게 유감스럽다. 현재 중국을 괴롭히는 문제들이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시장 붕괴나 경기침체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세계 경제는 이미 회복세가 약했던 지난해보다 더 약화될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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