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날벼락이 세개나 떨어졌다. 북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더니, 남에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미국과 공식 협의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개성공단 중단 발표까지 나왔다. 양쪽 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태세다.
북의 로켓 발사는 김정은 정권의 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오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핵실험에 이어 로켓 발사까지 했다. 그의 머릿속에 한반도 평화나 민족 최대의 명절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에 대한 남쪽 정부의 대응은 위험천만하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반도의 운명을 1세기 전 구한말 때처럼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이런 날이 올 줄 예감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렇게 급작스럽게 단행될 줄은 몰랐다. 2013년 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방안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싶어했다. 당시 워싱턴에선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요청에 합의해주는 대가로 한국에 미사일방어(MD) 참여를 요구했다는 설이 퍼져 있었다.( ▶ 바로 가기 : 2013년 6월13일치 칼럼 ‘군산복합체, MD 그리고 전작권’ 참조 ) 그러나 한국 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잠시 접어두고 있었다.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7일 토머스 밴들 주한미8군 사령관은 브리핑에서 이런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지지가 높아지는 것을 봤다”며 “이제는 사드 문제를 좀 더 발전시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장대로 사드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사드의 속성을 아는 이들은 오히려 한반도 안보 환경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드가 미-중 간 군사력 균형을 뒤흔드는 전략무기라는 점이다. 사드 레이더는 유사시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로를 중간에서 탐지할 수 있다. 국방부에서 사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600~800㎞에 국한된다고 강변하지만, 단시간 내에 2000㎞ 이상 탐지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이른바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기초로 상호 균형을 이뤘다. 이 전략은 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적의 미사일이 도달하기 전이나 직후에 생존해 있는 전력으로 상대방에 대량 보복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런 보복을 우려해 어느 쪽도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게 되는 ‘핵 억지’의 역설이 발생한다. 이 전략은 지금도 미·중을 포함한 핵 강대국들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사드, 즉 미사일방어(MD) 체계는 이 균형을 흔든다. 어느 한쪽이 미사일방어 체계를 통해 상대방의 보복 역량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선제공격의 유혹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상대방도 가만있지는 않는다. 미사일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격 수단을 개발하게 된다. 상호 의심이 커지면서 끝없는 군비경쟁에 매달리게 된다.
정작, 사드의 요격 성능조차도 신뢰하기 어렵다. 미국의 저명한 핵·미사일 전문가인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지난해 <한겨레>의 요청으로 이를 분석한 결과( ▶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의 스커드·노동 미사일이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비행해 조준하기 어려운데다, 미사일 몸체를 타격하더라도 탄두는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렇게 강대국간 갈등을 부추기고 성능도 검증되지 못한 사드가 한반도에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박현 국제 에디터 hyun21@hani.co.kr
박현 국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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