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월25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카운트하는 시계는 ‘1년 ○개월’로 표시된다. 박 대통령에겐 ‘임기 4년차 대통령’이란 꼬리표도 달린다. ‘힘은 빠지는데 없는 힘을 과시하려 용쓰는 시기’, 이게 대통령 임기 4년차다. 4·13 총선이 끝나면 박 대통령이 느끼는 ‘체감 레임덕’은 이전과 현저히 다를 거다. ‘새로운 태양’에 줄서는 해바라기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권력의 덧없음을 한탄할 날이 머지않았다. 바야흐로 권력의 황혼기가 도래한 것이다.
청와대는 여당이 승리하면 레임덕은 없을 거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착각이다. 총선 승리의 공은 김무성 대표 몫이다. 이따금 잽을 날렸지만 결정적 고비마다 청와대에 무릎을 꿇어온 김무성이다. 총선 이후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결정타를 노리며 묵직한 훅으로 청와대를 파고들 것이다. 예고편도 내보였다. 김무성의 ‘권력자 주변 완장’ 발언은 청와대를 겨냥한 경고다.
굴종의 레임덕이 끝나면 쓸쓸한 퇴임이다. 퇴임 이후를 구상하는 박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훌륭한 반면교사로 작용할 것이다. 엠비는 지금 국회의원 한 사람 만들 힘이 없다. 퇴임 이후 곧바로 힘이 빠져버린 탓이다. ‘엠비의 입’으로 활약했던 김두우,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여당 공천을 노리고 있지만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퇴임하더라도 절대로 엠비처럼 되지는 말자”고 박 대통령은 되뇌고 있을지 모른다.
박 대통령이 ‘화려한 퇴임 이후’를 꿈꾼다면 총선을 주도해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국회와 관료사회를 제압하며 레임덕을 막아내고 여권의 차기 대선도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근혜 총선’으로 판을 짜려는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박근혜 공천’은 그 첫걸음이다. ‘극약처방’을 쓰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걸림돌’ 김무성도, ‘눈엣가시’ 유승민도 공천에서 모두 싹을 자르는 거다. ‘친박 칼잡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능히 그러고도 남을 기세 아닌가. “대표에게 공천 안 준 적도 있다”며 칼집에서 슬쩍 칼을 빼내는 시늉도 했다. 야당이 분열하고 있으니 무리한 ‘친박 내리꽂기’ 공천을 해도 승산이 높다고 계산할 법한 형세다. 두 눈 딱 감고 실행에 옮기지 말란 법이 없다.
사실 박 대통령은 진작부터 총선에 주도적으로 관여해왔다. 티케이 지역 ‘진박후보 내리꽂기’ 움직임은 “진실한 사람 선택해달라”는 대통령 발언에서 시작됐다. ‘배신의 정치 심판론’도, 국민이 국회·야당 심판해달라는 거듭된 대통령 메시지도 총선용 갈라치기 성격이 짙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공식화 등 강경 일변도 대응은 결과적으로 총선 승리를 대통령의 전리품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거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총선 한복판에 서 있었던 셈이다.
‘친박 실세’로 꼽히는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대구·경북(티케이)의 구심점이 되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고 봤다. “그 역할을 유승민이 하겠나, 김문수가 하겠나. 모두 거대한 흐름에 조약돌일 뿐이다. 유승민도 그 흐름에 올라타야 살 수 있다.” 신라의 3국통일 이후 1300년 넘게 쌓인 ‘티케이 주류의식’의 대표자 역할을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떠맡을 거라고 했다.
말이 티케이의 구심점이지 실상 퇴임 이후 ‘티케이 대통령’으로 거듭나는 구상이다. 티케이 세력이 집권을 이어가면 현직 대통령 부럽지 않은 전직 대통령이 되는 거다. 박 대통령에게 4월 총선은 그 밑돌을 쌓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임석규 정치 에디터 sky@hani.co.kr
임석규 정치 에디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