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13일 밤 11시23분.
(치지직… 치지직…) 이한구 위원장님?
“누구?”
대구에서 유승민 의원을….(치지직)
“누군데? 왜 이렇게 바보 같아.”
대구 진박 후보들은 좀….(치지직)
“초짜야?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 저성과자 되는 거야.”
무전은 또다시 시작될 겁니다. 그땐 위원장님이 스스로를 설득해야 합니다. 3월15일의 당신을….
“내 목소리가 거기 들어가 있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과거는 바뀔 수 있습….(치지직)
“공천은 예술이고 과학이고 전쟁이야. 나이 70이 넘어도 나처럼 21세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괜찮아. 필름 아까워. 끊어.”
최근 종영 드라마 <시그널>은 새누리당에도 신호를 보낸다. 밤 11시23분이면 어김없이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으로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죽은 이도 부활시키는 ‘타임슬립’이 정치에도 가능하다면 말이다.
20대 총선 당락의 윤곽이 나오는 4월13일 밤 11시23분,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개표 방송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보, 초짜, 저성과자, 예술, 전쟁, 21세기 사람 등은 이 위원장이 지난 40여일간 자신의 입으로 쏟아낸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이다. 몇 가지는 그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이 위원장은 저성과자다.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 평가(2014년 5월~2015년 5월)를 보자. 이 위원장의 상임위원회 출석률은 39.13%로 최하위 5걸이다. 그가 저성과자로, 발목잡기로 몰아붙였던 여야 의원 전체 평균은 83.61%였다. 이 위원장의 본회의 법안 투표율 역시 23.32%로 최하위, 본회의 재석률도 30.41%로 최하위 3걸에 든다. 이 단체가 매긴 이 위원장의 전체 평가점수는 16.17점으로 평가 대상 국회의원 284명 중 단연 꼴등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노인 공공근로 사업장에서도 해고될 판이다.
이 위원장이 저성과자 발언을 늘어놓자, 그가 저성과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객관적 숫자만으로 평가하면 엉터리로 나온다.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고 있던 사람은 출석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환위기 수준의 저성과 기간, 이 위원장이 맡은 자리는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의장, 국회 창조경제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정도다. 너무 바빠서 상임위나 본회의에 출석 못 할 정도는 아닌 자리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2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이 가장 바빴을 당직은 원내대표를 맡아 대선을 치렀던 2012년 5월부터 1년 정도다.
지역구 관리는 제대로 했을까. 이 위원장은 “편한 지역에서 다선 혜택을 즐긴” 이들을 공박했다. 그는 대구 수성갑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야당의 김부겸 후보는 40.42%를 득표하고 20대 총선에 재도전한다. 대구 수성을에 단독신청하고도 낙천한 3선의 주호영 의원은 이 위원장을 향해 “지역구 관리 엉망으로 해놓고, 그래서 지역구 버리고 당을 어려움에 빠뜨린 사람이 누구를 심사하느냐”고 했다.
바둑은 돌 하나하나를 패한 자리에서 바로 복기하고 다음 판을 둘 수 있다. 공천 실패 복기에는 4년이 걸린다. 4월13일 밤 11시23분, ‘다음 총선은 알파고가 공천하라’며 “이한구 resigns”를 뒤늦게 한탄할지 모르겠다.
김남일 정치팀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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