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새누리의 ‘resign 시그널’/ 김남일

등록 2016-03-15 20:34수정 2016-03-16 01:48

2016년 4월13일 밤 11시23분.

(치지직… 치지직…) 이한구 위원장님?

“누구?”

대구에서 유승민 의원을….(치지직)

“누군데? 왜 이렇게 바보 같아.”

대구 진박 후보들은 좀….(치지직)

“초짜야?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 저성과자 되는 거야.”

무전은 또다시 시작될 겁니다. 그땐 위원장님이 스스로를 설득해야 합니다. 3월15일의 당신을….

“내 목소리가 거기 들어가 있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과거는 바뀔 수 있습….(치지직)

“공천은 예술이고 과학이고 전쟁이야. 나이 70이 넘어도 나처럼 21세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괜찮아. 필름 아까워. 끊어.”

최근 종영 드라마 <시그널>은 새누리당에도 신호를 보낸다. 밤 11시23분이면 어김없이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으로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죽은 이도 부활시키는 ‘타임슬립’이 정치에도 가능하다면 말이다.

20대 총선 당락의 윤곽이 나오는 4월13일 밤 11시23분,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개표 방송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보, 초짜, 저성과자, 예술, 전쟁, 21세기 사람 등은 이 위원장이 지난 40여일간 자신의 입으로 쏟아낸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이다. 몇 가지는 그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이 위원장은 저성과자다.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 평가(2014년 5월~2015년 5월)를 보자. 이 위원장의 상임위원회 출석률은 39.13%로 최하위 5걸이다. 그가 저성과자로, 발목잡기로 몰아붙였던 여야 의원 전체 평균은 83.61%였다. 이 위원장의 본회의 법안 투표율 역시 23.32%로 최하위, 본회의 재석률도 30.41%로 최하위 3걸에 든다. 이 단체가 매긴 이 위원장의 전체 평가점수는 16.17점으로 평가 대상 국회의원 284명 중 단연 꼴등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노인 공공근로 사업장에서도 해고될 판이다.

이 위원장이 저성과자 발언을 늘어놓자, 그가 저성과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객관적 숫자만으로 평가하면 엉터리로 나온다.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고 있던 사람은 출석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환위기 수준의 저성과 기간, 이 위원장이 맡은 자리는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의장, 국회 창조경제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정도다. 너무 바빠서 상임위나 본회의에 출석 못 할 정도는 아닌 자리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2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이 가장 바빴을 당직은 원내대표를 맡아 대선을 치렀던 2012년 5월부터 1년 정도다.

지역구 관리는 제대로 했을까. 이 위원장은 “편한 지역에서 다선 혜택을 즐긴” 이들을 공박했다. 그는 대구 수성갑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야당의 김부겸 후보는 40.42%를 득표하고 20대 총선에 재도전한다. 대구 수성을에 단독신청하고도 낙천한 3선의 주호영 의원은 이 위원장을 향해 “지역구 관리 엉망으로 해놓고, 그래서 지역구 버리고 당을 어려움에 빠뜨린 사람이 누구를 심사하느냐”고 했다.

김남일 정치팀 기자
김남일 정치팀 기자
바둑은 돌 하나하나를 패한 자리에서 바로 복기하고 다음 판을 둘 수 있다. 공천 실패 복기에는 4년이 걸린다. 4월13일 밤 11시23분, ‘다음 총선은 알파고가 공천하라’며 “이한구 resigns”를 뒤늦게 한탄할지 모르겠다.

김남일 정치팀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