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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사드의 진실과 국방부의 거짓말 / 박현

등록 2016-03-23 19:33수정 2016-03-23 19:54

지난해 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한 미사일방어(MD·엠디) 전문가를 만났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를 놓고 얘기를 나누던 중 그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메모 하나를 내밀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은밀히 돌아다니는 것으로, 이 메모로 미 국방부와 방산업체들이 발칵 뒤집혔다고 했다. 이 메모는 육·해군 참모총장이 공동 작성해 당시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두 4성장군이 서명했다고 해서 ‘8-스타(8성장군) 메모’로 불린다고 했다.

메모의 요지는 이랬다. 두 장성은 일선 사령관들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잠재적 적국들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날로 강해져 미국의 엠디 역량을 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의 엠디 전략은 “현 재정 환경에서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지금이 미국 본토 및 지역(동아시아·유럽 등) 엠디의 우선 사항들을 다룰 장기적 접근법을 개발할 기회”라고 밝혔다. 이는 엠디를 실제 운용하는 일선 군 사령관들이 현재의 엠디가 적국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미 국방부 안팎에서는 엠디의 한계로 크게 성능과 비용 두 가지를 꼽아왔다. 엠디는 ‘날아오는 총알을 총알로 쏴서 맞히는 것’과 같은 만큼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 대표적인 게 기만탄 식별이다. 기만탄은 적이 진짜 탄두와 유사한 탄두로 엠디의 레이더·센서를 교란하는 전술을 말한다. 오래전부터 한계로 지적돼온 이 문제는 지금도 미국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또 국방예산을 감축해야 하는 미 국방부로선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엠디의 개발·생산에 무한정 자금을 대줄 처지가 못 된다. 특히 적국들은 미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탄도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러시아의 경우, 미국의 이런 한계를 알고서 탄도미사일을 더 많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미국 엠디를 압도하는 대응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사령관들의 이런 문제제기에 국방부와 미사일방어청(MDA)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마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지난 1월 제임스 시링 미사일방어청장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그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첫째, 그는 기만탄과 같은 적의 교란장치 식별 문제를 “엠디망 전반의 핵심적인 도전과제”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사드와 같은 무기체계에서도 도전과제”라고 밝혔다. 아직도 뾰족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둘째, 그는 “우리는 재정적 우려 속에서 엠디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한다”며 “(사드 등) 미사일 요격기들이 누군가에 의해 구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 제약 속에서 엠디의 개발·생산을 지속하기 위해선 사드 등을 판매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가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드와 관련해 밝힌 내용 중 두 가지가 흥미를 끈다. 하나는 기만탄 식별은 레이더의 기본으로, 당연히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둘째는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되기 때문에 한국의 비용 부담은 별로 없으며, 사드를 추후 구매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었다.

박현 국제 에디터
박현 국제 에디터
그러나 워싱턴의 기류를 고려하면 이런 답변들은 사실상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작 미국 미사일방어청에서도 도전과제라고 인정하는 기만탄 식별 문제를 우리 국방부는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또 ‘갑’의 위치에 있는 미국이 예산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국에 순전히 미국 돈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운용할 것이라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박현 국제 에디터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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