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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4등 메달 / 김양희

등록 2016-03-30 19:36수정 2016-03-30 20:03

영국 더비셔 주에서 작은 서점을 40년간 운영해온 데이비드 미첼은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흔치 않은 일을 생각해냈다. ‘올림픽 4등에게도 메달을 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자비로 메달을 제작해 싱크로나이즈드 영국 대표 선수 등 몇몇 선수들에게 보냈다. “4위로 대회를 마친 선수도 패배자는 아니다”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미첼은 미국 <에이비시>(ABC)와 한 인터뷰에서 “여러 나라, 여러 종목 선수들에게 10여개의 메달을 보냈다. 아직까지 반응이 없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4등 메달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올림픽 수영에서 4개의 메달을 따낸 서머 샌더스(미국)는 “경쟁과 연습을 통한 결과에 합당한 대우를 해줄 필요는 있으나 모든 선수들이 참가 메달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미국 역도 선수인 홀리 맨골드 또한 “4위를 해서 동정의 메달을 받는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 4위보다 차라리 5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근대 올림픽 초창기(1896년, 1900년)에는 1, 2등에게만 메달이 수여됐다. 1904년부터 3등까지 시상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코넬대가 발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심리 연구에 따르면 2등보다는 3등의 만족도가 더 크다고 한다. 동메달이라도 땄다는 안도감이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저베이스 미국 심리학 박사는 “스포츠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실패는 약이 되고 더 강한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며 “4등 메달을 굳이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미첼은 “올림픽에서 4등 메달이 생길 때까지 메달 제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4월 개봉하는 영화 <4등>(감독 정지우)은 “(코치에게)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무섭다”는 엄마와, “맞지 않고 수영을 하고 싶은” 준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상대 밖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미첼과 닮은 영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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