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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빈말하겠능교? / 권혁철

등록 2016-04-10 19:30

“서병수 시장은 부산시가 사태 해결에 합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뿐이다. 현재로선 아무것도 해결된 것도, 사쪽과 합의된 것도 없다. 서 시장의 말만 믿고 내려간다.”

‘생탁 노동자’ 송복남(55)씨가 지난해 12월24일 오후 <한겨레>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했던 말이다. 송씨는 이 말을 하고 그날 오후 4시16분께 253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높이 11m 홍보전광판에서 내려왔다.

홍보전광판 앞에는 점퍼 차림의 서병수 부산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온 송씨는 서 시장과 악수를 했다. 사진기자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었다. 다음날 조간신문에 이 장면은 눈에 띄게 보도됐다.

생탁은 부산합동양조에서 생산하는 막걸리 브랜드다. 생탁은 부산 막걸리 시장 점유율 1위다. 부산합동양조는 1970년대 정부가 각 지역의 양조장을 하나로 통합할 때 40여개의 부산 양조장들이 합해진 회사다. 이 때문에 생탁은 사장이 40명이 넘는다. 사장들은 수익을 엔(N)분의 1로 나눠 갖는다고 생탁 노동자들은 전한다. 사장들이 월 2000여만원씩 가져갈 때, 노동자의 월급은 130만~220만원이었다고 한다. 생탁 장림공장 노동자들은 2014년 4월 시간외근무수당 지급과 공휴일 휴무 보장, 주 5일 근무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생탁 노동자들이 주장한 근로조건은 이랬다. ‘한 달에 한 번 쉬고, 휴가와 휴일근로수당은 없다’, ‘한 끼 밥값이 450원인데 휴일에는 밥 대신 고구마 등을 줬다’ 등등.

생탁 노동자 문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서병수 시장의 중재로 해피엔딩이 됐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러고는 잊었다.

정말 해피엔딩이었을까? 아니다. 고공농성이 끝난 지 세 달이 훨씬 지났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내려가면 목욕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하고 싶다’던 송씨는 서 시장과 악수를 한 뒤 바로 업무 방해와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체포돼 부산 연제경찰서로 끌려갔다. 이후 송씨는 한 달 넘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 경찰서와 법원을 다녀야 했다. 부산지검은 농성 해제 두 달 만인 지난 2월25일 송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생탁 사용자 쪽은 손해배상 청구, 업무방해와 명예훼손·모욕 혐의 고소·고발 등으로 파업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부산시, 노사 관계자, 시민단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등이 참여하는 생탁 관련 민관협의체가 꾸려졌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생탁·택시 고공농성 부산시민대책위는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사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부산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지난 4월4일 아침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서 시장이 출근하는 부산시청 후문에서 ‘서병수 시장님 약속을 지키십시오!’란 팻말을 들었다. 이날 송씨는 서 시장을 만나지 못했다.

최근 송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년 넘게 끌어온 싸움인데 성과 없이 내려가면 나와 조합원의 패배감이 클 것 같아 정말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서병수 부산시장이 확실하게 약속했다. 명색이 시장인데 빈말을 하겠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권혁철 지역에디터
권혁철 지역에디터
송씨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서 시장 약속만 믿고 땅으로 내려온 지 4개월이 다가온다. 서 시장은 2014년 취임사에서 “각계각층의 그늘진 곳을 밝히겠다”는 약속도 했다. 명색이 시장이 빈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도 믿는다.

권혁철 지역에디터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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